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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지배구조 논란 수면위로] 공공기관 묶여 의사결정 제약… 족쇄 풀어 글로벌 경쟁력 키워야

홍콩·싱가포르·중국·일본 등 초대형 거래소로 탈바꿈<br>자본시장 패권경쟁 가열<br>상장·M&A 등 선진화 위해 정치권 결자해지 필요



계사년 시작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4일. 바다 건너 일본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도쿄거래소와 오사카거래소가 합병해 증시에 첫 상장이 된 것이다. 두 거래소의 합병으로 시가총액만 3조5,000억달러에 달해 전세계 4위, 아시아에서는 가장 큰 초대형 공룡거래소가 탄생했다.

같은 시각 이를 지켜보는 서울 여의도의 한국거래소 관계자들은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전세계 거래소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덩치 키우기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는 사이 한국거래소는 공공기관이라는 '족쇄'에 묶여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지 이달 들어 4년째로 접어들면서 거래소의 거버넌스(지배구조) 선진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계속 남는 게 좋으냐 아니면 다시 민영화하는게 맞느냐이다.

특히 매년 공공기관의 지정과 해제 권한을 지닌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위원회가 오는 25일께 열리는 것을 앞두고 업계에서는 거래소의 지배구조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정부는 지난 2009년 1월 '시장 독점력'이란 명분을 앞세워 한국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사례가 드문데다가 정부가 지분도 보유하지 않은 채 산하기관으로 둔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사실 근거가 부족한데도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것은 2008년초 신정부 출범 초기 공공기관장 물갈이 과정에서 신정부에 밉보였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었다.

이후 '한국자본시장의 엔진'이나 다름없는 한국거래소는 자연스레 예산과 의사결정 등에서 제약을 받으면서 글로벌 경쟁력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동북아시아를 넘어 아시아 환태평양지역의 자본시장 패권 장악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홍콩ㆍ싱가포르 거래소에 이어 중국은 물론이고 초대형 거래소로 변신한 일본까지 맹렬히 추격해오고 있어 우리나라로서는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몇 년동안 동남아시아에 '한국형 증시시스템'을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동남아에서 가장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로 꼽히는 미얀마는 도쿄거래소에 내주고 말았다. 일본은 우리나라 보다 한발 늦게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막강한 자본력과 덩치를 바탕으로 지난해 미얀마의 증시시스템 구축사업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일본거래소의 글로벌시장 추격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한국거래소의 글로벌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태혁 부산대 경영대학원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거래소간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 국내 자본시장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인 한국거래소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정책추진 등 조직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있다"라며 "지금처럼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묶인 채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자본시장의 발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새 세계 각국 거래소는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사실상 국경이 허물어지면서 연쇄적인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같은 국가내의 거래소끼리는 물론이고 타국가 거래소와의 합병도 활발해지면서 사실상 '무한경쟁 시대'로 접어들었다. 일본 거래소간의 합병을 비롯해 지난달 영국상품거래소(ICE)는 미국 뉴욕거래소의 유로넥스트의 인수를 전격 발표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거래소 탄생을 예고했다. 또 런던거래소는 유럽최대 청산소인 LCH클러어넷을 인수했고 홍콩거래소도 지난해 6월 런던금속거래소를 인수하는 등 최근 거래소간의 짝짓기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IT가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투자자들이 특정 국가, 특정 거래소에 국한돼 주식이나 상품을 팔고 사는 시대가 저물어가면서 거래소간의 M&A가 활발해지고 있다"며 "글로벌 흐름에 뒤쳐지기 않기 위해서는 덩치를 키우고 보다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거래소가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하의 폐쇄적인 비상장주식회사 형태로 남아있을 경우 결국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앞으로 해외거래소와의 지분 제휴와 M&A 등 글로벌 거래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해제와 기업공개(IPO)및 상장 등 거버넌스의 선진화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요즘은 IT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투자자들이 해당 국가의 거래소에서만 꼭 거래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경쟁이 글로벌화 되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을 볼 때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남아있을 경우 환경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경우 대체거래시스템(ATS) 도입을 비롯한 경쟁체제로의 변화를 이미 예고하고 있어 단순히 국내에서 독점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거래소를 공공기관에 묶어 두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조 부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추진 등으로 한국거래소를 계속 공공기관으로 묶어두는 근거와 명분이 크게 약화됐다"며 "세계적으로 거래소간의 시장이 통합되고 경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거래소의 거버넌스 변화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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