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시즌이 중반으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실적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에도 투자자들의 외면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호실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가가 빠지는 경우가 많아 남은 어닝시즌 기간 동안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6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3ㆍ4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200내 34개 종목 가운데 전 종목이 실적공개 이후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주가지수가 폭락한 영향이 크지만 특히 종목별로 실적개선세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주가등락률은 엇나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게 특징이다. 지난 23일 전년동기 대비 11.1% 급감한 1,227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한 롯데쇼핑 주가는 실적발표 이후 13.03% 하락했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전년동기 대비 적자폭이 확대되며 3,6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국전력 역시 15.32% 떨어지는데 그쳤다. 이에 반해 지난 13일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며 전년동기 대비 36.6% 늘어난 1,13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GS건설은 실적발표 이후 주가가 43.96%(24일 종가기준) 급락했고 전년동기 대비 84.9% 늘어난 1조9,84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포스코 역시 주가가 37.55% 수직으로 낙하했다. 시장으로부터 어닝쇼크라는 진단을 받은 롯데쇼핑이나 한국전력에 비해 하락폭이 오히려 크다. 이처럼 실적과 주가간의 엇박자 현상은 주가라는 게 지난 실적만큼 향후 실적추이도 중요한데다 특히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일부 종목의 경우 매도물량이 집중되면서 하락폭이 두드러졌다는 지적이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이나 한국전력은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지만 두 종목은 시황변동에 비교적 적은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기업들”이라면서 “반면 삼성전자, GS건설, 포스코 등 일부종목은 국내외 경기위축이란 악재에 발목이 잡히면서 실적개선세가 조명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원 연구원은 이어 “과거 실적 못지않게 중요한 게 실적전망”이라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기업에 투자를 생각하고 있다면 두 가지 모두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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