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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개혁의 아버지’로 불리는 만모한 싱(71ㆍ사진) 전 재무장관이 차기 총리로 부상하면서 혼돈을 거듭하고 있는 인도 경제가 안정을 찾을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싱은 이미 소냐 간디 국민의회당 당수가 총리로 지명되면서부터 새 정부의 재무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었다. 그러나 좌파성향의 국민외회당이 집권함으로써 국유기업의 민영화 작업 등 경제개혁이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해외투자자들이 동요하자 간디 당수는 아예 싱을 ‘와일드 카드’로 제시했다. 싱은 지난 91년 인도의 외환보유고가 10억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외채지불불능 위기에 처했던 시기에 재무장관으로 역임하며 과감한 개혁을 벌여 인도 경제를 부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인도는 정부가 각 산업분야의 생산량까지 결정짓던 계획경제에 가까웠다. 그러나 싱은 자유시장경제를 주창하며 원유정제산업과 통신, 주식시장 등을 개방했고 외국인투자규제를 완화해 해외자본을 유치했다. 또 수출촉진을 위해 루피화를 평가절하했다. 이 때문에 싱은 오늘날 인도 경제가 고속성장을 이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인물로 추앙받고 있다. 지난 집권당이었던 바라티야 자나타당(BJP)이 단지 싱과 국민의회당이 지난 90년대 뿌려놓았던 씨앗을 수확했을 뿐이라고 종종 폄하되는 이유다. 인도는 외환보유고가 1,180억달러로 늘었으며 지난 3ㆍ4분기에는 10.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싱이 이끌 인도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회당 주도의 연립정부에 좌파연합과 공산당까지 포함돼 있어 싱이 지난 90년대처럼 강력한 개혁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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