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8부(배기열 부장판사)는 '서울우편집중국'이 자리잡은 용산개발사업 예정지의 사용권리와 땅 사용료 등을 두고 정부와 드림허브·코레일 등이 진행하던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땅 소유주가 서울우편집중국에 대한 건물보상액 103억원을 정부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체신부(현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1986년 9월 철도청(현 코레일)으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아 용산구 한강로 일대에 국가 예산 335억원을 들여 서울우편집중국을 건설하고 토지 사용료를 코레일 측에 내며 줄곧 사용해왔다. 문제가 생긴 것은 코레일이 건국 이래 최대 규모로 불리던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코레일은 서울우편집중국이 자리한 토지를 2007년 12월 시행사인 드림허브 측에 매각했고 이듬해 1월 "2개월 안에 건물을 비워달라"고 우정사업본부에 통보했다.
이에 우정사업본부는 "코레일 측이 얼마 전만 해도 2011년 말까지만 건물을 이전해달라고 알려왔던 만큼 2011년 말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건물 사용권리가 정부에 있음을 확인하는 소송을 냈다. 반면 토지를 매입한 드림허브 측 역시 "정부의 토지 불법점유로 손해를 입었다"며 반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정부가 토지를 무단점유한 사실을 인정해 드림허브 등 토지 소유주 측에 총 440억원 상당(공탁금 포함)의 이용료와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상황이 바뀐 것은 코레일이 지난해 4월 토지대금 미납을 이유로 드림허브 측과 토지매매 계약을 해지하면서다. 코레일은 "토지계약이 해제됐으므로 드림허브 측이 받아야 할 토지 사용료는 코레일이 받아야 한다"며 항소심 소송에 당사자로 참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땅의 소유주가 드림허브가 아니라 코레일로 바뀔 경우 정부와 땅 소유주의 관계는 임대차 관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필요시 보상 없이 건물철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약정을 맺었다고 해도 이는 임차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약정이므로 효력이 없다"며 "땅 소유주는 정부에 건물 보상액 조로 건물 감정가인 10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이어 코레일이 한 2008년 부지 사용관계 해지통보에 대해서도 "신의칙에 위반돼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정부와 코레일 간의 임대차 계약 관계는 2011년 말까지 유지되므로 그에 해당하는 사용료 53억원만 내면 된다"고 덧붙였다.
코레일 측이 부담해야 하는 것은 이번 판결에 따른 건물 보상액만이 아니다. 드림허브는 서울우편집중국의 철거가 이뤄지지 않아 사업이 어려워지자 이 토지대금에 대한 발생이자(약 6%)를 코레일로부터 받을 수 있도록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사건이 정부의 불법점거로 보기 어렵다는 이번 판결이 나옴에 따라 코레일 측이 드림허브에 지급해야 할 금액은 약 387억원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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