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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억류·테러(외교가 산책)
입력1996-12-26 00:00:00
수정
1996.12.26 00:00:00
임웅재 기자
◎페루이원영 베트남이대용 등 억류/도재승 피랍… 최덕근 피살 “비운”/한국 공관 보안상태 취약 예방대책 시급페루주재 일본대사관이 주최한 일왕탄생일 기념파티에 참석했다가 페루 반군인 「투팍 아마루혁명운동(MRTA)」에 의해 인질로 억류됐던 이원영대사가 지난 21일(한국시간) 71시간만에 풀려났다.
이번 사건은 교역 및 해외투자가 확대되고 정부의 국제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피할 수 없는 「그늘」중 일부다. 해외에서 체류중인 재외국민들이 늘면서 불의의 사고나 테러를 당하는 불상사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1백44개 재외공관에서 근무중인 외교관도 예외일 수 없다.
지난 10월1일 북한측에 의해 피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블라디보스토크주재 최덕근 영사는 가장 최근에 발생한 외교관 테러 희생자.
우리 외교관이 「적국」이나 테러단체에 의해 억류·피랍되는 사례는 이전에도 종종 있었다. 월맹군의 사이공 함락에 따른 이대용월남(현 베트남)주재공사 등 3명의 억류사건과 도재승 레바논주재1등서기관 피랍사건이 대표적 사례.
75년 4월 사이공 함락 당시 현지교민들의 신변보호 및 안전철수를 위해 끝까지 임무를 수행하다 억류됐던 이공사와 안희완, 서병호영사 등 3명은 80년 4월 석방될 때까지 5년 가량 전쟁포로 신세를 면치 못했다. 당시 이들과 함께 억류됐던 대사관직원 등 12명은 75년 바로 풀려났었다. 86년 1월 출근길에 복면 무장괴한들에 의해 강제 납치됐던 도서기관은 억류 21개월만인 87년 10월에야 햇빛을 볼 수 있었다.
과격 회교테러단체에 의해 피랍, 억류됐던 도서기관은 1백만달러 이상의 「몸값」을 지불한 뒤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부는 모방범죄 재발방지 차원에서 교섭창구 등에 대해 지금까지 함구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외교관 억류 및 테러사건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는데도 정부가 납치 단체로부터 협상제의가 오거나 당사자를 풀어줄 때까지 속수무책이라는 점.
재외공관이 대민업무가 많고 현지인을 고용하는 속성상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데도 우리 공관의 경우 보안검색대 하나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테러에 가장 취약한 공관군에 꼽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 외교관은 『미, 이스라엘 등이 치안상태가 좋은 국가에 주재하는 공관에 조차 요새처럼 테러방지시설을 갖추고 있고 유럽국가나 일본의 대사관들도 출입구에 방탄유리 등 비상시 차단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기본』이라면서 『이같은 테러 예방대책을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임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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