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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발 재정위기가 그리스의 디폴트 위기로까지 확산되며 세계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그리스 재정위기가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 경제대국으로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동안 금기시해온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이자를 추가로 낮춰 실제 가치보다 훨씬 낮은 값에 그리스 채권을 매입하는 '선별적 디폴트' 방식의 구제금융 지원방안이 새로운 지원카드로 거론되고 있는 것.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은 그리스 디폴트 우려에 이탈리아 구제금융설까지 전해지며 주가가 큰 폭으로 요동치는 등 큰 충격에 휩싸이는 양상을 보였다. 1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7.43포인트(2.20%)나 하락한 2,109.73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주가하락폭은 지난 5월23일(-55.79포인트) 이후 한달 반 만에 가장 컸다. 11일까지 9거래일 연속 국내증시에서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은 이날 현물에서 3,909억원, 선물에서 1조753억원을 내다 팔며 주가를 급격하게 끌어내렸다. 또 국고채 3년물은 전날보다 0.10%포인트 하락한 3.71%까지 떨어졌고 원ㆍ달러 환율은 하루 동안 8원70전이나 뛰어오르며 달러당 1,066원50전에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1% 이상 급락해 가까스로 회복했던 1만선이 다시 무너졌고 상하이지수도 하락 마감했다. 일본엔화는 도쿄외환시장에서 6월10일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80엔대를 밑돌았다. 이처럼 유럽의 부채위기 전염 공포가 확산되자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회원국의 국채를 직접 매입하고 대출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등 전방위 수습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미 독일은 그리스의 기존 채권을 디폴트하는 한편 7년 만기 채권으로 교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EU 수뇌부는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하고 새로 발행되는 그리스 채권 재매입을 위해 유럽금융안정기금(EFSF)를 활용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유럽안정화기금(ESM) 설립조약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ESM은 채무위기국들에 대출을 제공할 목적으로 5,000억유로 규모로 운용되며 오는 2013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EFSF를 대체할 예정이다. 유로존은 12일 27개 EU 재무장관회의를 열어 그리스 국채상환과 함께 이탈리아 국채시장 안정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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