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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스웨덴 동계테스트 현장 가보니]혹한 상황 수천회 시험등 최적시스템 개발 '구슬땀'

독자개발 전자식 제동장치<br>상반기 첫 장착위해 테스트<br>"한국차 산업 미래 우리손에"<br>연구진 38명은 주말도 반납

스웨덴 아리에플로그의 현대모비스 시험장에서는 영하 35도의 극한 테스트를 견뎌낸 최고의 제품만 살아남을 수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500㎞가량 떨어진 아리에플로그(Arjeplog). 서울에서 항공기와 버스를 번갈아 타고 총 35시간에 걸쳐 현대모비스 동계테스트 현장을 찾았다. 사방이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산야를 뚫고 도착한 아리에플로그 입구 이정표에는 보쉬ㆍ콘티넬털테베스 등 세계적인 자동차부품회사의 로고가 빼곡히 적혀 있다. 전세계 차량테스트의 메카라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 ‘MOBIS Winter Test’라고 적힌 푯말이 눈에 들어왔다. 우드야우르(Uddgaure) 호수가에 자리한 동계시험장은 현대모비스의 차세대 핵심기술인 차량통합시스템을 개발하고 아이템을 구상하는 야전사령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차량통합시스템은 전자식 제동 및 전동식 조향, 총돌경보, 차선이탈방지장치, 차간거리유지 등 개별 장치를 하나로 통합해 최적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최첨단 시스템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04년부터 매년 1~3월 이곳에서 혹독한 시험을 치르면서 첨단 전자식 제동장치인 미끄럼방지장치(ABS)와 차량자세제어장치(ESC)의 독자모델인 MEB(Mobis Electronic Brake)를 완성시켰다. 현지에서 만난 이승호 현대모비스 동계테스트센터장은 “최근 자체 기술로 ABS와 ESC의 고급형 모델과 상용차용 ABS의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을 위한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차종마다 최적의 시스템을 장착하기 위해 2년간 혹한ㆍ혹서의 한계상황에서 무려 4,000~5,000회의 테스트를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차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믿음이 저절로 생긴다. 이날 오후 시험장 내 호수 위에 마련된 얼음길 트랙에서는 MEB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한 연구원이 시속 60~80㎞의 속도로 빙판을 질주하던 승용차의 스티어링휠을 일순간 180도 좌우로 돌리자 차량은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빙판 위를 한바퀴 반 돌아 눈으로 쌓인 펜스에 파묻히는 아찔한 순간을 연출했다. 하지만 똑같은 조건에서 MEB를 켠 채 급선회를 시도하자 차량은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이내 자세를 잡고 앞으로 나아갔다. 일반 노면트랙에서도 혹독한 조건에서 각종 제어장치에 입력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노면트랙은 구동력제어시스템(TCS) 시험을 위한 등판로와 ABS와 ESC의 미끌림 시험을 위한 비대칭로, 얼음길과 아스팔트를 번갈아 설치해두고 주행ㆍ제동 성능을 복합적으로 시험하는 시가로 등을 갖추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전동식조향장치(MDPS)와 ESC를 결합한 섀시통합시스템을 켠 상태에서 얼음길과 아스팔트길로 반반씩 나뉜 길을 시속 60㎞로 주행하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아봤다. 차량은 일순간 아스팔트길을 향하다가 곧바로 방향을 잡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섀시통합시스템을 끈 상태에서는 아스팔트길로 치달았다.)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첨단 기술의 효과를 온몸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 회사는 독자개발한 전자식 제동장치를 올 상반기 국내 차량에 최초로 적용할 예정이며 올해 안에 추가로 2개 모델에 장착할 계획이다. 이를 적용하면 타사 제품에 비해 크기는 최대 30%, 무게는 최대 15%가량 줄이면서도 제동성능과 안전성ㆍ저소음 등에서 전혀 뒤처지지 않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게 현대모비스 측의 설명. 이날 현장에서는 외국업체 차량에도 이를 적용하기 위한 시험을 진행 중이었다. 이 센터장은 “전자식 제동장치의 개발은 앞으로 차량통합시스템으로 나가는 데 있어 기본적 토대를 완성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지난해 30주년을 맞은 현대모비스가 새로운 30년을 위한 질적 변화를 도모하고 자동차 핵심부품 전문업체로 변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신뢰성 시험을 실시 중인 ESC를 내년 중반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이미 개발을 마친 상용차용 ABS는 올해 중반부터 현대자동차 마이티와 카운티 등에 적용하기로 했다. 또 차량통합제어시스템의 전 단계로 제동장치인 ESC와 MDPS를 하나의 컴퓨터로 제어하는 섀시통합제어시스템의 성능개발을 완료했으며 내년 말부터 양산하기로 했다. 정광용 동계테스트센터 책임연구원은 “섀시통합제어시스템은 2004년 도요타에서 최초로 개발, 지난해부터 양산에 들어간 첨단 기술”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오는 2011년까지 꿈의 기술인 차량통합제어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다부진 자신감을 드러냈다. 북극에서 불과 100㎞ 떨어진 혹한의 땅에서 현대모비스 연구진 38명은 선진 자동차업체를 따라잡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주말도 잊고 운전대를 잡는 그들의 그을린 얼굴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30년 미래가 자신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비장한 각오를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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