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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위헌' 첫 공개변론… '성(性) 담론' 3라운드 시작됐다

혼인빙자 간음죄 폐지→간통죄 폐지→성매매특별법?

"성매매특별법 폐지해주세요" 성매매 종사자 단체인 한터전국연합·한터여종사자연맹 관계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한터 측은 이날 882명의 서명을 담은 탄원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연합뉴스

인간의 성(性)을 돈으로 사고파는 것이 헌법정신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둘러싼 공론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2009년 혼인빙자간음죄가 폐지된 데 이어 올 들어 간통죄마저 위헌 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사회의 뜨거운 이슈 가운데 하나인 '성 담론'이 세번째로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최근 사회의 변화에 따라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흐름 속에서 미풍양속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아 헌재의 최종 결정까지는 상당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오후 '성매매알선 등 행위에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특별법)'의 위헌제청 사건에 대한 첫 공개변론이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변론에 참석한 청구인 측과 양측 참고인들은 성매매특별법의 목적과 정당성, 기본권 침해 여부 등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성매매 여성 측 대리인으로 나선 정관영 법무법인 정률 변호사는 "성관계라는 내밀한 영역에 국가가 형벌권을 가동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성매매 처벌로 인해 오히려 음성적 성매매만 늘어났으며 성매매 여성들이 포주에 예속되는 현상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번 위헌제청은 2012년 화대 13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하다 적발돼 약식기소된 김모(44)씨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는 성매매특별법 제21조 1항이 개인의 기본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데서 시작됐다. 이후 서울북부지법도 김씨의 의견을 받아들여 "착취나 강요 등이 없는 성매매를 처벌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변화된 사회의 가치관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특히 이날 과거에 '미아리 포청천'이라고 불리며 관내 미아리 텍사스촌의 미성년자 성매매 등을 단속했던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도 위헌 측 참고인으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김 전 서장은 "특별법의 가장 큰 문제는 생계형 성매매 여성을 자활시킬 정도의 국가 재정 형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제정해 생계형 성매매 여성의 생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특별법은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는데 정작 먹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성매매 여성의 생계를 막는 인권유린을 저지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정 지역에서는 생계형 성매매를 하도록 두고 대신 음성형 성매매를 철저하게 단속하는 경찰관 수를 늘리는 식으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성매매종사자 단체인 한터전국연합 측은 882명의 위헌서명을 담은 탄원서를 헌재에 제출하기도 했다.



반면 성매매특별법의 합법을 주장하고 나선 법무부 측 대리인은 "(간통 등) 나머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영역으로 두더라도 (돈을 주고 성매매를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모순되기 때문에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성매매는 단순히 개인의 자유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성을 거래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그릇된 가치관을 형성해 건전한 성풍속을 해한다"고 반박했다. 합헌 측 참고인으로 나선 최현희 변호사도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없는 성매매 합법화나 공창제 주장은 성 판매자의 권리도 보호하지 못하면서 자칫 성매매 시장의 확대만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헌재가 2009년 혼인빙자간음죄를 위헌으로 결정한 데 이어 2월 간통죄에 대해서도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위헌으로 결정한 만큼 성매매특별법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 "개인의 성행위는 사생활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부분으로 국가는 최대한 간섭과 규제를 자제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간통죄에 대해서도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위헌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성매매특별법의 경우 단순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넘어 '성매매를 직업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 등도 판단해야 하는 만큼 쉽사리 위헌 결정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간통죄 등의 경우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주요 논의 사항이었지만 성매매특별법의 경우 성매매를 헌법상 직업으로 보장해야 하는 노동의 자유로 볼지 등 판단할 사안이 많기 때문에 두 법안을 쉽게 동일 선상에 놓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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