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보(67∼80)<br>○구리 9단 ●이세돌 9단<제3회 BC카드배 결승5번기 제5국>
흑이 67로 끊자고 하자 백의 응수가 심히 거북하다. 얼핏 보기에는 끊어져도 얼마든지 싸울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게 여의치가 않다. 흑은 참고도1의 흑4로 붙이는 맥점을 준비하고 있다. 흑8까지 되고 보면 중원의 흑세력이 천하를 호령하는 형상이다. 구리는 중원쪽 접전을 보류하고 백68, 70으로 패를 냈는데….
"이 장면에서 백이 꼭 패를 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뭔가 돌의 흐름이 꼬였다고 느낀 구리가 변화를 구한 것인데요."(김만수)
패를 하지 않고 둔다면 참고도2의 백1 이하 7로 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절충은 백이 불만이다. 구리는 백74로 팻감을 썼는데 이세돌은 노타임으로 75에 따내 버렸다. 우하귀를 모두 내준 것이다. 그러자 구리는 우하귀를 잡지 않고 실전보의 백76으로 응수를 하는 것이 아닌가.
"이게 뭐지? 이제 와서 넘어가려면 패는 뭐 하러 한 것이지? 공연히 긁어부스럼만 만든 것 아닌가?"(필자)
"꼭 그렇지는 않아요. 흑은 뒤늦게라도 우하귀를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백이 선수를 잡게 됐다는 점이 중요합니다."(안조영)
그러니까 얘기는 이렇게 된다. 구리는 선수를 잡기 위해 상변의 패를 일부러 낸 것이다. 눈물겨운 고육책이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선수는 백의 손에 돌아왔다. 구리는 그 선수를 백80에 썼다. 여기서부터 전단을 마련해볼 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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