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흐름도 개선 조짐

‘시중 부동자금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경기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을까.’ 지난달 기업들의 회사채 순발행 규모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데다 중소기업대출도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자금흐름이 부분적으로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확신하기는 힘들지만 매달 급증하던 시중 단기자금이 8개월 만에 감소해 미약하나마 경기흐름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9월 중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중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1조7,000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금리가 일시 하락세로 돌아선 이달 초 일부 기업들이 저리의 장기자금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회사채를 대규모로 발행했기 때문이다. 은행의 기업대출도 9,000억원 증가세로 전환했다. 특히 중소기업대출은 대출채권 상각 및 매각 등 분기 말 감소요인에도 불구하고 추석자금 수요와 은행의 대출노력 확대로 5,000억원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9월 1조7,000억원)는 크게 둔화됐다. 9월 중 시중자금의 부동화 현상도 소폭 개선됐다. 지난달 주요 금융기관의 6개월 미만 단기수신 비중은 전달보다 1조6,000억원 감소한 437조6,000억원을 기록,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자산운용사의 초단기투자금융(MMF) 수신에서 11조원 이상이 대거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MMF에서 이탈한 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4조5,000억원)은 은행들의 공격적인 수신금리 인상에 호응하며 1년 이상 정기예금으로 몰려들었다. 김인섭 한은 금융시장팀 차장은 “지난달 시중자금의 단기화 현상이 조금 완화됐지만 자금흐름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며 “은행의 고금리 특판 때문에 시중자금이 정기예금으로 이동했을 뿐 은행들은 이 자금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자금이 정상적인 궤도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금리인상 등을 통해 ‘선(先)순환’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