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이 좋은 것?' 은행권 '토종' 논란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12일 월례조회에서 주장한 '토종은행론'을 두고 은행권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황 행장은 12월 월례조회에서 "한국인이 과반수 소유하고 한국인이 경영을 해야토종은행"이라고 주장했다.

황 행장은 또 "한국인이 경영하지만 지분의 과반수가 외국에 있으면 토종은행이아니다"라며 "우리가 국내은행으로 알고 있는 은행도 외국인 주주들이 필요하다고판단하면 외국인 은행장을 고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행장의 이같은 발언은 엄밀한 의미에서 토종은행이 우리은행 밖에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외환은행과 SC제일은행은 외국자본이 지배적인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경영자도 외국인이다.

한국씨티은행은 하영구 행장이 경영을 맡고 있지만 토종은행으로 보는 시각은드물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및 조흥은행이 속한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는 한국인경영자가 CEO를 맡고 있지만 외국인 지분율이 9일 기준 각각 86.01%, 60.06%, 72.70%로 50%를 훌쩍 뛰어넘는다.

전북은행(28.85%)을 제외하곤 대구은행(58.28%), 부산은행(59.71%)도 외국인지분율이 50%를 넘는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요즘 같은 시대에 경영자를 내.외국인으로 가르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우리 경제정책에따르고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경영하는 것이 우리 금융권에서는 가장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경영성과가 좋아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나쁘게보는 것은 곤란하다"며 "우리은행 역시 엄밀하게 말해 스스로 토종은행이 된 것은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이 높지만 특정주주에게 치우치는일 없이 고르게 분산돼 있어 이들이 경영 전반에 독자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에 투자를 못하게 돼 있는 등 국내에는 은행에 투자할 곳이 없는데 시장이 개방된 상태에서 외국인 투자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떤 방안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이밖에 우리은행을 엄밀한 의미에서 토종은행이라기보다 국책은행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시중은행들의 반론에도 우리은행은 내년에 '토종은행'으로서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어 상표권 논란과 더불어 여타은행들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