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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장(長)수명 주택 활성화하려면…

분양 위주 주택공급 정책서 탈피… 부품산업 함께 키워야<br>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되며 관심 커졌지만<br>일반 아파트보다 30% 비싸 상용화는 아직<br>최초 분양자가 비용 부담하는 구조 바꾸고<br>안전·층간 소음 취약할 거라는 인식도 개선을

건축된 지 20년도 안 된 아파트가 노후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장(長)수명 주택 개발과 논의에 속도를 내 도입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2010년 선보인 장수명 실험주택(왼쪽)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지은'플러스 50 환경공생 주택' . /서울경제DB


일본 도쿄(東京)의 알파그랜드이치노에 멘션은 200년을 가는 주택을 짓겠다는 일본 정부의 장기우량주택 정책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건물이다. 이 주택은 한국의 일반적인 아파트와 구조부터 다르다. 콘크리트 내력벽이 내부 공간을 구분하는 국내 아파트와는 달리 기둥식 구조를 적용하고 가변형 벽체를 사용해 다양한 내부 평면을 만들어냈다. 또 바닥과 천장을 이중구조로 만들어 콘크리트 구조물과 실제 주택 내부 바닥·천장 사이를 비워놓았다. 이 속에 각종 배관과 배전시설을 설치해 언제든 새 것으로 바꾸거나 수리가 쉽도록 했다.

정부의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으로 논의가 확산되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장(長)수명 주택 도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은 지 20년도 안 된 공동주택이 노후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공동주택의 건축 방식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 같은 문제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건물 뼈대가 되는 콘크리트의 수명인 100년 정도는 건물의 구조적인 안정성이 보장돼 장수명 주택을 지을 경우 소모적인 리모델링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장수명 주택에 대한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을 통해 도입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최초 실험주택 선보인 후 15년…상용화는 아직=지난 2000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국내 최초의 한국형 장수명 주택을 개발했다. 실험주택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그간의 장수명 주택 연구 기술과 부품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그리고 2010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장수명연구단은 충남 아산시에 '모크업(Mock-up) 하우스'를 지어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한옥 구조를 접목하는 등 사회 문화적인 측면까지 반영한 한국식 장수명 실험주택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연구개발 노력에도 장수명 주택은 상용화가 더디기만 하다. 일부 건설사들이 장수명 주택의 여러 개념 중 하나인 가변성을 실제 아파트에 적용시키려는 노력을 해왔지만 가변형 벽체, 알파 룸 등의 이름으로 소개됐을 뿐 진정한 의미의 장수명 주택 개발은 십 수년째 제자리 걸음인 셈이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중후반 건설사 기술연구소 중심으로 미래 주택 연구가 활발한 시기가 있었다"며 "이때 건설업계에서 장수명 주택 연구 붐이 일었지만 지금은 활동이 뜸하다"고 말했다.

장수명 주택 활성화가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비용 문제다. 일반적으로 장수명 주택은 기둥식 구조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 기둥식 구조를 택할 경우 기존의 벽식 구조로 짓는 아파트에 비해 20~30% 이상의 초기 건축비가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아울러 분양 중심의 주택 산업 구조도 장수명 주택 활성화의 걸림돌이다. 장수명 주택은 오랜 기간 집에 거주하면서 초기의 높은 비용을 조금씩 상쇄시켜나가야 하는데 분양 중심의 문화는 장수명 주택의 비싼 초기 비용을 최초 분양자에게만 부담시킨다.



LH 토지주택연구원의 박준영 박사는 "주택이 100년 이상 지속될 경우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이 초기 공사비보다 많을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누군가가 일반 아파트보다 20~30% 비싼 아파트값을 지불해야 하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부품산업 동반 성장 따라야=장수명 주택은 크게 구조(support)와 내부 설비(infill) 요소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특히 손쉽게 교체가 가능한 내부 설비 부품을 갖추기 위해서는 건자재업 등 관련 산업 육성이 필수적이다. 이미 네덜란드나 핀란드ㆍ일본 등 장수명 주택이 활성화된 국가의 경우 내부 설비 부품을 손쉽게 교체해 사용할 수 있는 '오픈 부품'이 활성화돼 있다. 예컨대 화장실 세면대가 낡거나 고장 날 경우 건자재상에 찾아가 규격화된 세면대를 사서 갈아 끼우는 식이다. 실제로 일본의 생활용품업체인 무지루시료힌(無印良品)은 '무지루시료힌의 집'이라는 장수명 주택을 지어 규격화된 자신들의 제품을 해당 주택에 적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건설업체들이 장수명 주택 상용화에 나서지 않으면서 관련 주택부품산업dl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또 장수명 주택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건설기술연구원의 김수암 박사는 "주택부품 개발이 제대로 안 돼 있다"며 "새로운 산업으로서의 가능성도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촉진책이 필요하다"고 지걱했다.

아울러 장수명 주택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문제다. 경량식 벽체나 기둥식 구조로 이뤄진 장수명 주택의 경우 층간 소음과 안전성에 취약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장수명 주택 상용화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박 박사는 "장수명 주택이 층간소음이나 벽간소음ㆍ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인식은 잘못됐다"며 "현재는 기술적인 한계보다는 제도적ㆍ경제적ㆍ사회문화적 한계가 상용화에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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