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진의 피해 규모가 점차 확산되면서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의 명암도 엇갈리고 있다. 일본 부품의 의존도가 높은 미국과 프랑스의 자동차ㆍ전자업체들은 생산차질이 우려되고 있는 반면 러시아, 독일, 스페인의 에너지ㆍ식품기업들은 지진 피해 복구에 따른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30일 KOTRA가 발표한 ‘일본 지진사태가 주요국의 산업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대지진으로 자동차, 정보통신, 항공 등 일본산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미국기업들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GM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픽업트럭 생산공장은 부품공급 차질로 지난 21일부터 가동이 중단됐으며 보잉 787기 부품의 30% 가량을 일본에서 조달하고 있는 보잉도 생산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또 애플과 인텔도 일본으로부터의 부품조달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조만간 생산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밖에 르노와 PSA 푸조-시트로앵 등 프랑스 자동차기업들의 가동중단도 우려되고 있으며 세계 2위의 명품 소비시장인 일본에 대한 수출비중이 높은 에르메스, 루이비통, 구찌 등 유럽 명품 브랜드들의 피해도 클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러시아와 독일, 스페인은 일본 지진 피해 복구에 따른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일본의 요청으로 4월과 5월에 액화천연가스(LNG) 10만 톤씩을 추가로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러시아는 이번 지진을 계기로 아예 연해주에서 일본까지 해저케이블을 부설해 연해주의 유휴전력을 공급하는 방안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과 스페인의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은 일본의 원전사고로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투자증가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또 일본의 최대 견목 수입국인 말레이시아도 내심 목재 수출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 등 현지에 진출한 일본기업들은 부품조달 차질로 조업중단 위기를 맞고 있지만 스카이워스, 하이신 등 중국 토종기업들은 핵심부품을 주로 한국과 대만에서 조달하고 있어 지진사태의 영향권에서 한 발짝 벗어나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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