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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구제금융 신청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던 스페인이 당장 신청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26일(현지시간) 유럽 증시와 국채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국채금리가 오랜 기간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신청할 것을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은 (신청 여부를) 말할 수 없다"면서 "구제금융의 전제조건들이 합리적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라호이 총리의 이 발언은 당장 구제금융을 신청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스페인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8월 초만 해도 구제금융 신청 마지노선으로 알려진 7%대를 넘어섰으나 지난달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매입 계획을 밝힌 후 5%대 중반에서 안정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스페인은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신청할 때까지 버티다가 이탈리아와 동시에 지원을 요청함으로써 (구제금융 조건과 관련한) 유럽연합(EU) 및 ECB와의 협상력을 높이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조만간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스페인이 차일피일 미루는 것으로 나타나자 유럽 금융시장에서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다. 스페인 증시의 IBEX35지수는 장중 294.9포인트(3.61%) 폭락했으며 10년만기 국채금리도 한때 6%를 넘어서며 급등했다.
이탈리아 증시도 장중 3% 가까이 하락했고 독일과 프랑스 증시도 2% 안팎의 하락률을 보였다. 독일 정부는 이날 실시한 10년만기 국채발행 입찰에서 당초 목표한 50억유로에 턱없이 부족한 31억9,100만유로 조달에 그쳤다.
여기에다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최대 자치주인 카탈루냐가 분리 독립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25일 아서 마스 카탈루냐 주지사는 주의회 연설에서 "오는 11월25일 역내 조기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명목은 총선이지만 실상은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가 될 것이며 투표 강행시 독립 가능성이 높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진단했다.
거덜난 지방 정부의 살림살이도 스페인 재정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4일 중앙정부에 1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요청했던 안달루시아 주정부는 액수를 대폭 늘려 49억유로 구제금융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7일로 예정된 스페인 정부의 내년도 예산 및 경제개혁안 발표를 앞두고 이날 의회 앞에서는 6,000여명의 시위대가 모여 혹독한 긴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의회가 추가 긴축을 발표할 게 뻔하다며 더 이상의 긴축은 안 된다고 주장, 경찰과 충돌해 유혈사태를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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