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 국내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세계적인 신용경색 악화와 안전자산 선호 경향으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대규모로 청산될 경우 신흥시장에 유입된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면서 금융시장에 일대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지적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일 ‘서브프라임 사태-현황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화가 미국 내 소비와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의 성장세와 일본ㆍ유럽ㆍ중동 및 개발도상국의 경기회복세가 미국의 수입수요 둔화를 보전해 국내 실물경제에는 서브프라임 악재가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는 “현재로서는 외부 요인보다 내수진작 등 국내 경제현안이 보다 중요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연구소는 “앞으로 간헐적인 금융혼란이 예상된다”며 “그에 대비한 국제금융시장 및 국내외 금융기관의 손실을 파악하기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파악된 서브프라임 잠재손실이 현실화하는 데는 수 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과정에서 손실규모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인 엔캐리 자금의 대규모 청산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엔캐리 자금을 대출해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상당한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금융 포커스에서 “글로벌 엔캐리 자금이 청산될 경우 국내유입 규모가 크지 않아 대외지급 등 직접적인 악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엔화가치 상승으로 인해 엔화자금을 빌린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의 상환액 증가와 자산가격 하락에 따른 상환능력 축소라는 복합위험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 발생 가능성이 높지 않더라도 정책 당국은 엔캐리 자금 청산과 그로 인한 잠재적 리스크를 모니터링하고 충격을 사전에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상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서브프라임 사태가 미국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클 경우 세계 경기 성장세를 둔화시켜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면서 “금융시장의 혼란이 취약한 경제 펀더멘털을 증폭시키면서 실물경제를 왜곡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단기적인 금융안정화대책과 함께 장기적인 거시경제정책 목표를 조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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