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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이래 세계화는 존재하고 있었다

세계화 전 지구적 통합의 역사<br>나얀 찬다 지음, 모티브북 펴냄<br>세계화 촉진 동기는 교역 통한 이윤 추구<br>대상무역등 규모·속도 다를뿐 본질은 같아<br>"인류는 모두 연결돼 '반세계화' 의미없어"



스타벅스에서 갔다고 치자. 그 순간 세계화에 한 복판에 있는 것과 다름없다. 원두에서 가공까지 많은 나라들이 조합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분배는 불공평하다. 한 잔에 3,300~5,000원인 커피를 마실 때 브라질이나 이디오피아의 농가에 떨어지는 돈은 생산원가 이하인 100원 안짝에 불과하니까. 그렇다면 세계화는 악일까. 신간 번역서 '세계화, 전지구적 통합의 역사'는 선악의 판단 대신 역사를 말한다. 세계화는 유사이래 항상 존재했다는 것. 사막의 대상 무역과 오늘날 전자 상거래의 차이는 거래 규모와 속도에 있을 뿐 본질은 세계화에 있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옹호론에 가깝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기존의 시각과는 약간 다르다. 인도 출신의 언론인인 저자의 독특한 사고와 접근방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1700년대에 세계총생산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던 중국과 인도가 세계화 때문에 250여년의 쇠퇴했지만 역시 세계화로 과거의 선도적 위치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고한 대목부터 색다르다. 저자는 '인류는 한 뿌리'라는 유전학, 인류학적 관점에서 출발한다. 수만년전 아프리카 어느 마을에서 떠난 200여명의 조상들이 수천세대를 거쳐 각지로 퍼진 후 다시 연결되는 게 세계화라는 점을 정교하고 방대한 유전학 자료를 동원해 설명한다. 헤어진 핏줄을 향한 회귀본능 속에 숨은 세계화의 진짜 이유는 돈. 6세기 경 이집트에서 배 한척으로 인도에 다녀오면 후손 7대가 편안하게 먹고 살 수 있다는 교역을 통한 이윤 동기가 세계화를 촉진했다. 중세말 무역중심지였던 제노바의 해양무역액이 프랑스 조세 수입의 3배를 넘었다는 점이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하여금 바다에 나서게 한 원동력이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재회한 이후 지배와 피지배라는 단순 등식으로 진행된 세계화의 뒷마당에 보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 노예제도가 폐지됐을 때 영국과 프랑스에 항의 사절단을 보내며 가장 강력하게 저항한 사람들은 백인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부족장들이었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제3세계의 농민 노동자 뿐 아니라 저가의 수입품으로 일자리를 잃을까 우려한 미국과 유럽의 노동자들도 반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미국의 이민제한법 등도 따지고 보면 반세계화의 다른 이름이다. 세계화가 않고 있는 무수한 모순에도 저자는 세계화를 중단하라는 외침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다. 유사 이래 모두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에는 설탕과 커피, 면화의 교역사, 대항해 시대에서 수학과 자연과학의 발달사를 고루 읽는 재미가 담겨 있다. 포르투갈 무역상이 프랑스 귀부인을 유혹해 커피 씨앗을 빼내는 에피소드에서 탐험가와 선교사들의 모험과 여행담, 역사의 흐름과 함께 하는 단어의 어원을 설명한 점도 흥미롭다. 과연 저자의 생각대로 세계화가 지속적으로 펼쳐질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세계화의 한 주인공으로 소개되는 당나라 현장스님의 말씀대로 세계화가 서로를 인정하며 조화롭게 진행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도덕적 행위라는 것은 어디에서나 똑 같은 것이 아니며, 기호는 변한다.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들을 나의 독단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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