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이병헌)는 부러울 게 없다. 멋진 외모, 깔끔한 일처리. 보스(김영철)의 총애를 듬뿍 받는 조직의 ‘오른팔’이다. 그가 일하는 호텔 스카이라운지 밖 풍경만큼이나 그의 인생은 말 그대로 ‘달콤한 인생’이다. 그런 선우가 실수를 한다. 보스는 젊은 애인 희수(신민아)을 감시하라고 부탁한다. 그도 남자이기에 눈빛이 흔들린다. 100번 잘해도 1번 실수하면 끝인 조직의 세계. 모든 걸 가진 듯 했던 그는 일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죽음의 그림자가 그의 곁을 배회한다. 그는 결심한다. 자신을 구렁텅이에 몰아넣은 모든 이에게 복수하기로. 오는 4월 1일 개봉하는 김지운 감독의 신작 ‘달콤한 인생’을 김 감독은 ‘피범벅 러브 스토리’라 설명했다. 하지만 감독의 말과는 달리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러브 스토리’보단 ‘피범벅’에 눈길이 간다. 영화는 느와르 장르 형식에 충실하며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총격 장면을 마음껏 뽐낸다. 화면을 채우는 붉은 피나 영화 곳곳을 장식하는 미장센, 조명과 화면 변화가 어우러진 장면들은 느와르 영화의 매력을 충분히 싣고 있다. 영화 속 공간은 양극단을 오간다. 검은 톤이 짙게 깔리며 밝은 불빛이 비치는 호화스런 호텔과 쓰러져가는 공사장이 그렇다. 극단은 공간 뿐 아니라 대사에도 숨어 있다. 짐짓 무거운 분위기를 잡다가도 일순간 웃음을 유발하는 코드가 곳곳에 장치됐다. 총을 다루는 법을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친절하게 가르쳐 주다가 눈빛이 바뀌면 그 총은 전형적인 액션 무기로 돌변한다. 어지럽기까지 한 영화의 극단은 시종일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너무 화려한 형식미에 파묻힌 탓일까. ‘조용한 가족’ ‘반칙왕’ ‘장화, 홍련’ 등 전작에서 관객의 뒷통수를 치던 탄탄한 시나리오의 맛은 이 영화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한 여자 때문에 모든 이의 인생이 뒤틀렸다고 하기엔 그녀는 도통 매력적이지 않다. 신민아의 연기력 부재가 한 몫을 했다. 팜므 파탈도, 순수함도 보이지 않는 그녀에게 왜 선우가 흔들렸는지가 관객들에겐 다가가기 힘들다. 키 포인트 부재가 영화를 겉돌게 만든 것이다. 근사한 분위기나 곳곳의 유머 역시 극단을 오가면서도 하나로 모아지지 않아 산만함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이 정도 되면 영화의 형식미가 더욱 아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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