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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협력사 '갑을관계' 역전

협력사, 지급보증·담보 등 내세워 주요 건설업체 골라 납품<br>"극심한 경기침체로 양자간 달라진 위상 절감"

“요즘 같은 살얼음판에서 누가 건설회사와 거래하겠습니까? 돈 떼일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자재를 대줄 수는 없죠.”(한 주방가구업체 대표) 최근 건설시장이 극심한 침체에 시달리면서 건설업체와 협력사간의 전통적인 ‘갑을관계’가 역전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협력사들은 경영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에 납품을 꺼리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지급보증이나 담보, 현찰 거래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거는 등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20여년째 건설업체에 인테리어용 자재를 납품하고 있는 A사는 최근 영업전략을 안정위주로 바꿔 도급순위 상위 10위권 내의 건설업체로 거래처를 확 줄였다. 주변 업체들이 잇따른 부도사태를 맞아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하루에 한 개꼴로 건설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미수금이 조금씩 늘어나 회사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들어 비교적 자금력이 탄탄한 주요 건설업체에만 물건을 납품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달초 도급순위 41위인 신성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여파로 주방가구 전문업체인 동양토탈이 부도를 내는 바람에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동양토탈은 특판시장에서 4~5위를 유지하던 우량기업이었기 때문에 중소업계의 충격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가구전문업체인 B사는 요즘 건설업체로부터 몰려드는 납품요청을 거절하느라 진땀을 빼면서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 건설업체들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면서 물건을 구하지 못한 건설업체들이 역으로 ‘납품을 요구’하며 손을 내밀고 있지만 선별적으로 납품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하루에도 3~4개 건설업체가 ‘납품을 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해당 기업의 공시내용이나 증권사의 기업보고서 등을 통해 재무상황을 꼼꼼하게 따져본 후 업체를 선정해 지급보증이나 담보를 조건으로 물품을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방가구 전문업체인 C사는 도급순위와 관계없이 현찰로 대금납부가 가능한 건설업체들에게만 물건을 납품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협력업체들이 건설업체들에게 현찰지급을 요구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면서 “현재는 물건을 납품하기 전에 30~50% 정도 선납금을 받고 설치 완료후 잔금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건설업체들은 협력사에 물건을 납품받더라도 어음을 발행해 주거나 일정기간 동안 분납해 대금을 지급해주는 게 관행으로 자리잡아왔다. 업계에서는 건설경기 침체를 촉발한 미분양 적체현상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양자간의 이 같은 위상 역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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