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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용 회장의 경영철학(사설)
입력1996-11-05 00:00:00
수정
1996.11.05 00:00:00
「부채비율 89·5%, 사내유보율 1만67%, 1주당 주가 40만원」.지난 2일 타계한 이임룡태광산업회장이 남긴 경영 실적이다. 이 기록은 외화내빈의 한국기업들의 실상에 비추어 주목할 성과이다. 이같은 기록의 바탕이 「근검절약」이었다는 점은 이 시대에 시사하는 바도 적지않다.
이회장은 54년 낡은 제직기 10대로 부산에서 태광산업을 창업했다. 그후 섬유산업의 외길을 걸어오면서 아크릴 섬유를 비롯, 스판덱스및 카본파이버등 첨단소재를 생산하는 업적을 남겼다. 대한화섬 흥국생명 오디오업체인 천일사등 7개계열사를 거느리는 그룹회사의 터를 닦는등 사업다각화에도 눈을 돌렸지만 섬유산업은 그의 외길이었다.
그의 경영스타일을 두고 지나친 보수주의라는 얘기도 있었다. 사업하는 사람이 은행빚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적인 여건에서는 바보짓일 수도 있다. 주가가 1주당 40만원(95년중에는 최고 76만원)인 것에 대해서도 증자를 하지 않은 탓으로 주식대중화에 역행한다는 부정적평가도 있다.
그러나 빚더미 속에서 도산해 그 부담을 국민경제에 떠넘기는 기업들이 속출하는 마당에 태광산업과 같은 기업이 존재한다는 것은 다분히 교훈적이다.
그의 이같은 경영철학은 「절약이 수익이다」는 것이었다. 상오 7시면 어김없이 출근했고 불필요한 전등하나라도 켜져있으면 「돈이 탄다」, 수도가 새면 「돈이 샌다」며 질책했다고 한다. 그의 절약정신이 내실있는 기업 태광그룹의 오늘이 있게 한 바탕이었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절약해서 얻어진 수익을 재투자재원이나 사원복지재원으로 남겨둔 것이 사내유보율 1만%라고 볼 수 있다.
평생직장 개념은 오늘의 시대에선 낡은 경영방식으로 통한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옳은 해답일까. 그는 사원들에게 적은 봉급으로 다른회사보다 많은 일을 시켰다지만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여기게 하는 「감동경영」에도 남다른 수완을 발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이같은 경영철학을 타고난 성품 탓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군사정부시절 정치의 회오리에 휩싸여 곤욕을 치른적이 있다. 그가 정치세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경영이 투명해지는 것밖에 달리 길이 없음을 깨우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아직도 우리의 기업풍토는 정치와의 유착관계를 통해 특혜를 기대하려는 풍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비길때 더욱 그렇다.
그같은 이회장의 철학이 시대의 유물로 끝나서는 안된다. 기업의 내실화가 절실한 오늘날 이회장의 경영모토는 모든 기업에 교훈이 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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