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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종의 경제 프리즘] 언젠가는 끝장이…


진주만을 기습했던 일본이 반대로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폭격을 당한 건 전후 꼭 40년 뒤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서다. 서방 5개국(G-5) 경제 각료들이 뉴욕 플라자 호텔에 모인 자리에서 제임스 베이커 당시 미 재무장관은 일본에게 달러 안정에 관한 기막힌 양보를 끌어냈다. 말이 양보지 사실상의 강압에 일본은 무역 등으로 곶간에 쌓아둔 부(富)의 3분의 1을 한 순간에 날려버렸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합의로 달러를 털어내며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살인적으로 치솟으면서다. 세계 최대 채권국에서 졸지에 채무국으로 전락, 늘어만 가던 빚에 한숨짓던 미국은 앉아서 빚의 상당 부분을 사실상 탕감 받았다. 그 결과는? 시장 원리를 무시한 강압적 환율 합의에 시장은 87년 ‘블랙 먼데이’로 화답했다. 자국 통화가 절상된 일본은 ‘엔고’의 결과로 나타난 투기 거품으로 10년 대불황을 겪었다. 미국의 경상수지는 플라자 합의의 약발을 받는 듯 1991년에는 소폭의 흑자를 기록했다가 이듬해 바로 적자로 돌아서 눈덩이처럼 다시 빚을 키웠다. 80년대 미-일간 국제수지 불균형은 지금 세계가 겪고 있는 글로벌 불균형의 말하자면 원조 격이다. 당시의 상태가 클린턴 시대 잠복기를 거쳐 부시 정권에 이르러 지금 되살아 나고 있다. ▦20년이 흐른 지금 무대의 주인공은 미국 대 일본에서 미국 대 중국으로 바뀌었다. 20년 전 플라자 합의의 명분은 각국 정부가 달러 절하 협조를 통해 자유 세계를 지키는 반공의 보루와 안보 부담을 나누어야 한다는 냉전의 논리를 미국이 갖다 붙인 것이었다. 통화가치를 올려 남의 나라 무역수지를 일거에 망가뜨린 조치는 누군가의 표현처럼 몽둥이만 안 들었지 사실상 폭거였다. 단순화 시키면 당시 일본의 입장에 선 게 지금의 중국이다. 그러나 권모술수의 달인 대륙인들이 호락호락할 리 없다. 달러화에 고정된 페그(peg)제를 통해 성장의 혜택을 흠뻑 즐겨온 중국이지만 이를 인정하고 미국의 요구를 듣기 보단 특유의 배짱부터 앞세우고 있다. 미-중간 환율 문제는 미국은 미국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국가 안위의 차원으로 사안의 중요도를 무한정 끌어 올려가는 상황이다. 그 같은 판세에 더 초조한 건 미국이다. 그린스펀과 부시가 직접 나서 중국을 직접 비난하는 가하면 G7을 끌어들여 전방위로 중국 압박 작전을 펼치고 있다. 지구촌 한 울타리 아래 신경 편히 살 수 없는 숙명적 미-중 관계에서 포연(砲煙)은 환율 문제로부터 피어 오르고 있다. ▦국제 수지의 차이, 그에 따른 글로벌 불균형은 미국과 중국 만이 얽힌 문제는 물론 아니다. 미국과의 교역국, 특히 아시아권에 집중적으로 걸린 문제다. 플라자 합의 전후 미 쌍둥이 적자가 주로 미국 자체적 문제로 인한 거였다면 최근의 쌍둥이 적자는 달러본위제 아래 미-교역국간 무역과 국제금융체제의 모순으로부터 발생했다. 타국의 희생 위에 자국의 번영을 도모하려는 이른바 ‘근린궁핍화’적 정책이 특히 미-아시아간 공생관계의 균열을 만들며 70년대 이후 양자를 묶어준 제2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에 한 발짝씩 다가서고 있다. 단기적으론 사태 해결을 위한 해당국간 합의 노력, 궁극적으론 기존 달러기축통화시스템의 변혁이 해결책이다. 그리고 그 대체 질서를 찾는 과정에서 국제금융시장의 과도기적 혼란은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불균형의 상태가 곪아가며 서로가 서로에게 물려있는 지금의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것은 언젠가 끝장이 날 것” 허브 스타인 전(前)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 의장의 말은 돌발 사태에 대한 대비의 자세를 함축적 메시지로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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