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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3월 12일] 녹색청사를 기대하며

우리나라 총 에너지의 약 4분의1은 건물에서 소비된다. 특히 에너지 효율이 낮은 건물 시스템 때문에 알게 모르게 낭비되는 비용만 매년 5조원을 넘어선다. 국민 소득이 높아지고 삶의 질이 향상됨에 따라 건물 분야의 에너지 소비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와중에 최근 건설된 공공청사들이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청사는 1인당 에너지 소비량 산출에 문화시설ㆍ수영장 등 시민을 위한 공간까지 포함시킨 점 등을 들며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신축청사의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것은 건물구조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 설계부터 에너지 절감 고려를 최근 건설된 신축청사들의 공통된 특징은 외벽의 유리창 면적을 과도하게 넓게 하거나 전체를 유리로 구성하는 '유리 커튼월' 구조로 지어졌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유리는 일반벽체에 비해 겨울철 열 손실이 6배 이상이며 여름철에는 실내에 들어오는 태양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온실효과 때문에 쉽게 과열현상이 발생한다. 사람으로 치면 겨울철에 얇은 옷을 입고 난로를 쬐거나 여름철에 햇볕이 내리쬐는 온실 안에서 선풍기나 에어컨을 틀어놓는 격이다. 신축청사나 고층건물 등에서 에너지 비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유리 커튼월 구조로 건물을 짓는 이유는 빨리 건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반벽체 건물에 비해 외관이 미려하기 때문이다. 청사건립의 경우 대부분 공모로 설계 작품을 선정하기 때문에 설계 및 시공사에서 제시한 공모작 중 아무래도 외관이 보기 좋은 유리 건물이 심사위원 눈에 들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일부 청사는 유리건물의 에너지 과소비 문제가 불거지자 리콜을 해서라도 개보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듯 이미 지은 청사를 뒤늦게 보수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후손에게 떳떳하게 물려줄 수 있는 녹색 공공청사가 설계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건물의 에너지 소비 효율성은 건축물의 초기계획 및 설계단계에서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건물의 배치ㆍ형상ㆍ벽체단열에 신경 쓰고 태양열ㆍ바람을 이용한 맞통풍 등 자연 에너지만 효과적으로 활용해도 일반 건축물에 비해 에너지를 30% 이상이나 절감할 수 있다. 이러한 건물에너지 절감방안이 새로 짓는 공공청사의 계획 및 설계단계에서부터 종합적으로 고려되도록 하려면 다음과 같은 정부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공청사가 발주단계에서부터 따르도록 함으로써 지역사회에 모범이 될 수 있는 에너지절약형 건축물을 짓도록 해야 한다. 건축주는 설계 및 공사기간을 충분히 확보해 녹색건축물이 완성되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둘째, 기존 청사 중 에너지 소비가 적은 청사를 찾아 어떻게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었는지 파악, 향후 방향설정을 위한 모범사례로 참고하도록 해야 한다. 반대로 에너지 소비가 많은 노후청사도 선정해 리모델링 시범사업 등으로 초에너지절약형 건물로 새롭게 태어나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상세한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마지막으로, 이번 기회에 청사뿐 아니라 일반 건축물도 전반적 건물 에너지 효율향상에 동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번 호화청사 에너지 과소비 문제는 공공건축물에만 화살이 돌아갔지만 민간건축물의 에너지 소비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디자인까지 겸비한 품격 있는 공공청사의 방향이 수립되면 민간건축물의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오는 2019년부터 모든 신축건물을 제로에너지 건축물로 짓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말 2025년부터 제로에너지 건축물을 의무화하겠다고 공표했다. 15년도 채 남지 않은 기간에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우리의 문제가 된 것이다. 녹색성장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번 공공청사 문제를 반성에서 끝내지 않고 새롭게 출발할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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