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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르네상스 시대 배경 순수한 사랑 이야기

■ '어부 마르코의 꿈'·'콘스탄티노플의 뱃사공'<br>(시오노 나나미 지음, 한길사 펴냄)



'로마인 이야기'로 국내에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쓴 짧은 사랑 이야기 두 편이 출간됐다. '어부 마르코의 꿈'과 '콘스탄티노플의 뱃사공'은 1970년대 말 작가가 썼던 초기작으로, 각각 르네상스 시대 지중해의 상업과 무역을 장악하던 두 도시 베네치아와 콘스탄티노플을 무대로 쓴 순수한 사랑 이야기다. 두 책은 소년에서 어른으로 커가는 과정에서 겪음직한 성장통과 르네상스 시대 역사적ㆍ사회적 분위기, 남성 위주의 기득권층에서 소외된 여성들의 일생, 신분 차이로 인한 차별과 이를 거부할 수 없는 소시민의 삶까지 모두 아우르면서 나나미 특유의 스케일을 유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어부 마르코의 꿈'은 사육제 날 밤에 벌어지는 가난한 열여섯 살 어부 소년 마르코와 아름다운 귀부인의 사랑 이야기다. 마르코는 굴을 배달하는 심부름으로 당대의 부호이자 귀족인 단돌로가의 저택을 찾는다. 그곳에서 마르코는 부인의 손에 이끌려 무역 일로 알렉산드리아에 간 주인을 대신해 신분을 위장한 채 파티를 즐긴다. 가장무도회의 술과 가면에 기죽었던 마르코는 대담한 남자로 변신하고 부인과 하룻밤 사랑을 나눈다. '콘스탄티노플의 뱃사공'은 현재의 이스탄불인 콘스탄티노플과 금각만(Golden Horn)을 오가는 거룻배 뱃사공 테오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다. 엄마를 잃고 할아버지와 함께 갈라타 지구에 사는 소녀 록산나는 닷새에 한번씩 콘스탄티노플의 아버지를 만나러 테오의 배에 탄다. 닷새마다 마주치게 된 소년과 소녀는 친구가 되고 소년은 언제부터인가 소녀가 배에 타는 날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록산나는 자취 없이 사라지고 소식도 끊긴다. 어느 날 테오 앞에 최고 권력자 술탄의 여인이 탄 가마가 나타나고 그녀는 록산나가 그랬던 것처럼 뱃삯 대신 주던 하얀 꽃다발을 남기고 떠난다. 두 권 모두 일본의 유명 화가인 미즈타 히데오와 츠카사 오사무가 그린 삽화가 곁들어져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각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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