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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상처만 남긴 파업

대한항공이 나흘간의 파업 후 정상화한 첫날인 12일. 파업에 참가했던 조종사들은 모두 농성장을 나와 업무 현장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비행 스케줄은 여전히 ‘취소’라는 글자로 반쯤 도배돼 있었다. 대한항공 직원들에게는 일상으로 되돌아간 날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용객들에게는 뜨지 않는 비행기를 계속 원망해야 하는, 파업 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지난 여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파업과 마찬가지로 이번 파업 역시 노사 양측뿐만 아니라 이용객 모두에게 커다란 후유증을 남긴 채 끝을 맺었다. 나흘간의 파업으로 국내외 12만9,000여명의 승객들이 스케줄대로 움직이지 못했고 화물은 9,700톤이나 수송에 차질을 빚었다. 다른 업종이 입은 피해까지 합하면 피해액은 2,000억원이 넘는다. 경제적 손실뿐만이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1위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까지 애꿎은 승객들에게 피해를 끼치면서 국민들의 자국기에 대한 이미지는 바닥까지 떨어져버렸다. 일생일대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 신혼여행지로 떠나지 못한 후 “다시는 국적기를 타지 않겠다”던 한 승객의 분노 섞인 목소리가 귀에 선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파업이 남긴 가장 큰 아쉬움은 ‘노사 문제의 우선 해결책은 대화’라는 정석을 국가가 나서서 보기 좋게 깨버렸다는 것이다. 지난 7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협상 결렬시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했을 때 정부 측에서 제일 먼저 내놓은 해결책은 ‘대화’가 아닌 긴급조정권 발동이라는 ‘으름장’이었다. 이번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파업은 설득력 없는 파업이기는 했어도 불법은 아니었다. 그런데 일부 부처에서는 파업 전부터 최후 해결책인 긴급조정권부터 운운했다. 노사간 대화 분위기를 싸늘하게 식히고 불신을 키우는 데 정부가 일조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긴급조정권을 조기에 발동해 사태를 수습하더라도 정부가 초기에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는 자세를 한번이라도 제대로 보였더라면 파업 종결 후 노사간 갈등의 골이 덜 패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의 무단계 대처는 노사간에만 불신을 남긴 게 아니다. 이번 사태로 국민들 역시 노사 문제는 대화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을 것이다. 이번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좀더 신중하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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