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ㆍ연구소 등 기초과학연구 수요기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재단 차원의 지원대상과 규모를 결정하겠습니다.”
권오갑(57) 한국과학재단 이사장은 과학기술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관직에서 물러나 지난 4월 과학재단을 맡았다. 그는 두달여 동안 과학재단을 맡으면서 배운 게 많았다고 한다.
“정책수립시 관련 산하기관과 충분한 협의를 해야 하는데 과기부에 있을 때는 솔직히 그렇게 하지 못했다. 재단의 책임자로서 앞으로는 지원 대상자들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를 기울이면서 객관성ㆍ공정성이 효율성과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하겠다.”
한국과학재단은 지난 77년 설립된 목표지향적 기초과학 진흥기관이다. 올해는 자체 예산 256억원, 정부수탁사업비 5,386억원 등 총 5,642억원을 기초과학연구사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권 이사장은 향후 과학재단이 보다 자유롭게 정부수탁사업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초과학 수요기관과의 관계를 정립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세세한 부분까지 정부가 결정, 실제 현장에서의 수요와 괴리되는 면이 적지않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기초과학 지원대상과 범위를 결정하는 데 보다 재단의 자율성을 높여나가려고 한다”며 이것은 현장 수요자의 필요에 좀더 부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권 이사장의 이 같은 목표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통한 정부의 국가과학기술혁신체제 구축 노력과 맞물린다. 앞으로 국과위 안에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꾸려져 종합 조정ㆍ기획ㆍ평가 기능을 맡고 산업자원부 등 관련 부처에서 기타 집행기능을 가질 경우 과학재단으로서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권 이사장은 이와 관련, “국과위는 전반적 조정기능을 맡고 재단은 그 범위 안에서 필요한 사업을 수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한이 커질수록 책임도 커지는 법이다. 권 이사장은 연구 주체들의 의견수렴과 협의를 통해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책무도 갖게 됐다.
권 이사장의 경력은 오랫동안 과학기술계와 인연을 맺고 있다. 이공계 출신(서울대 금속공학과)으로서 행정고시(12회)를 치러 과기부 기술정책국장ㆍ기초과학인력국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과학기술정책위원회 부의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사무처장, 과기부 차관 등 과기부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쌓은 노하우를 지금 몸 담은 과학재단에서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권 이사장은 국제협력에도 무게를 실었다. 그는 “핵심 원천기술의 개발에는 국제적인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재단은 해외 31개국 48개 기관과 공동연구ㆍ인력교류 등에서 협력하고 있으며 관계의 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중점분야는 동북아 3국간의 교류다. 지난해 일본의 일본학술진흥회(JSPS) 및 중국의 중국과학원(CAS)ㆍ중국자연과학기금위원회(NSFC)와 만나 상호보완적 협력관계를 맺었으며 오는 11월에 중국 상하이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는 “3국간에 상호보완되는 분야를 집중 발굴, 연구개발하기로 했다”며 “과학재단이 중국과 일본의 매개자 역할을 하며 모임을 이끌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력
▦고양종합고
▦서울대 금속공학과
▦미국 조지워싱턴대 과학기술정책 석사
▦행정고시 21회
▦과학기술처 기술정책국장
▦과학기술부 기초과학인력국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과학기술정책위원회 부의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사무처장
▦과학기술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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