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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은퇴 앞둔 베이비부머의 유년기 추억

■소년은 철들지 않는다(이성규 지음, 아비요 펴냄)


"소년은 철들지 않는다. 다만 나이 들 뿐이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TV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나온 말이다. 철들지 않은 유년의 기억은 나이 들어 지친 어른들에게 쉼터이자 위안이 된다.

경영ㆍ경제를 전공해 '이헌재식 경영철학' 등을 집필한 저자가 처음으로 에세이를 썼다.전형적 베이비부머 세대인 그는 1960년대에 시골에서 국민학교를 다녔고, 30대에는 애널리스트 업무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일을 했다. 40대에는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으며, 50대인 지금은 부실채권을 다루는 민간 배드뱅크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른바 '개발경제'의 한가운데서 성장한 그 시절이 물질적으로는 빈곤했어도 정신적으로는 여유와 희망이 있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이에 "경제 위기로 지쳐 은퇴에 다가서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에게는 순수했던 유년의 기억을 통해 삶을 위로하고 또한 2030세대에게 줄 수 있는 진정한 배려는 무엇일까"하는 생각에 저자는 책을 쓰게 됐다.



책에는 70여 가지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수업을 대신하는 징그러운 송충이 잡이 시간, 회충약과 채변봉투에 얽힌 에피소드, 무서운 불주사를 피하기 위해 줄행랑을 쳤던 일, 흔치 않은 고무공이 철망 울타리에 찢겨서 시작하자마자 망쳐버렸던 동네 축구시합은 그 시절을 살아봤던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남의 급식 빵을 훔쳐 먹고도 뻔뻔하게 굴던 친구 녀석, 새로 산 '새소년' 잡지 한 권에 들썩이던 반 아이들, 반공 영화 단체관람을 하다가 찜통더위 때문에 벌어진 소동, 부족한 조개탄을 대신할 땔감을 구하러 산에 갔다가 온종일 칡뿌리를 캐고 만 사연, 여름 냇가에서 멱감기, 가는 겨울을 아쉬워하며 탔던 그 겨울의 마지막 얼음배 등은 특히 30, 40대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어린 시절 저자는 어머니가 아버지의 귀중한 치부책(외상장부)을 과감히 태워버리는 것을 두 번이나 지켜보았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도 채무자들의 빚을 정기적으로 탕감해주었다고 하는데, 이를 '희년정신'이라고 한다. 아버지의 기억을 떠올리면 저자 자신이 현재 채무조정이라는 배드뱅크 일을 하고 있는 게 결코 우연이 아닌 일로 보인다.

저자는 "기업 갱생 절차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하듯, 어린 자식에 대한 부모의 인내와 배려가 자식을 성장시킨다"며 자신의 굳은 믿음을 드러냈다. 소설처럼 재미있는 평범한 일상 이야기 속에서 시대적 특수성과 유년기의 천진난만함을 함께 맛볼 수 있다.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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