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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장보고시대] 해양엑스포를 향하여

바다의 가치는 얼마일까. 바다가 만들어내는 산소량, 우리가 먹은 수산물, 밑바닥에 숨겨있는 해저광물 등 연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세계 최고의 수퍼컴퓨터 속에 집어넣는다고해도 그 계산이 정확할 리 없다. 가늠할 수 없는 바다의 가치는 우주에서 유일하게 진화생물이 살고 있는 지구의 가치와도 같다. 또 인류와 현존하는 생물, 앞으로 태어날 모든 생물들의 가치를 전부 껴안고 있다고 해도 모자랄지 모른다. 바다는 그들의 고향이면서 미래이자, 추억이면서 비전이기 때문이다. 한 땀의 빈틈도 없이 무한히 펼쳐져 있는 대서양. 바다의 숨기운을 빨아들인 구름 사이로 직사광선이 높이 2m 남짓한 파도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었다. 파도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98 리스본 해양엑스포가 열리는 올리바이스 도크를 향해 세차게 달려왔다. 500년전 바스코 다가마가 응시하던 바다도 그러했을까. 그 넓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키웠던 꿈은 한낱 인도에 있는 향신료를 가져오겠다는 야심만은 아니었다. 그는 바다를 인류의 꿈을 실현시키는 무대로 믿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9월 30일 폐막한 「98 리스본 해양 엑스포」는 위대한 개척가 바스코 다가마가 실현하려던 여러가지 꿈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번 엑스포는 「해양, 미래를 위한 유산(The Oceans, A Heritage for the Future)」주제로 지난 5월22일부터 9월말까지 4개월여 동안 개최됐다. 미국, 프랑스, 영국, 중국, 일본과 한국 등을 포함 161개국이 국가관, 공동관 형태로 참가했고 코카콜라 등 35개 업체가 후원했다. 또 950만명 이상이 관람한 전문엑스포 사상 최대 규모였다. 2010년 엑스포 유치를 목표로 실무작업을 준비중인 우리 입장에서는 중요한 벤치마크였다. 행사를 위해 22억달러를 투자, 18억달러를 벌어들이면서 한나라의 국내총생산(GDP)를 1% 이상 끌어올렸지만 행사유치 효과는 금액으로 따질 일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포르투갈도 과거 70년대 독재정권 시절 수많은 국민들이 정권의 총칼 아래 짓밟힌 상처를 안고 있다. 엑스포는 포르투갈인들에게 그 상처를 잊고 한마음이 되어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서 발전하는데 필요한 계기였다. 더군다나 앙숙인 스페인도 92년 세비아엑스포를 개최하지 않았던가. 후앙 파울루 베레즈 엑스포프레스센터장은 『포르투갈 국민들 마음속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꼽았다. 400만명에 가까운 외국인이 엑스포를 찾음으로써 포르투갈의 발전상을 알릴 수 있었던 것도 결코 적지않은 열매였다. 포르투갈은 지난 93년 3월 리스본시, 로르스시와 함께 자본을 참여, 「파르케 엑스포98」사를 설립,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60헥타르(18만평) 규모의 엑스포장에 104m높이의 바스코 다가마탑을 비롯, 관련시설을 건설하고 바로 앞에는 국제공항, 기차역 등과 유럽 최장인 1.8㎞ 길이의 다리도 세웠다. 주최측이 맡은 주제관은 생동하는 바다를 제시하는 해양관과 항해술, 잠수기술, 조선기술 등을 전시한 해양지식관, 해양오염문제를 다룬 미래관, 바다와 관련한 인간의 상상력을 담은 유토피아관 등 4개로 꾸몄고 참가국들도 속속 국가관을 세웠다. 우리나라는 장보고장군의 동북아 무역사, 해운과 조선산업을 집중 소개하고 사물놀이 등 한국을 홍보하는 시설로 국가관을 꾸며 큰 호평을 받았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엑스포를 찾은 95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본 것은 포르투갈의 생동감만이 아니었다. 관람객들은 고대 그리스시대 갈대로 만든 아르코선을 통해 선조들을 만났고 인도항로를 개척한 바스코 다가마, 미대륙을 발견한 콜럼부스, 바다밑으로 내려진 나무통속에서 바다생물들을 연구하던 탐구자를 통해 인류와 바다의 깊은 관계를 느꼈다. 현재와 미래도 있었다. 지난 60년 35,800 피트 깊이까지 내려가 세계 최저 잠수기록을 세웠던 미 해군 소속의 트리스트 잠수정, 해상사고자료를 자동저장하는 프랑스관의 해양블랙박스, 컴퓨터로 통제되는 유럽관의 배짓는 로봇, 해양표면의 미세한 온도변화를 감지, 그래픽화하는 인공위성기술 등에서 미래의 희망을 발견했다. 비극적인 미래가 걱정도 됐다. 주최국인 포르투갈의 주제관인 「미래관」에서는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바다로 버려지는 쓰레기, 좌초한 유조선에서 흘러나와 펭귄의 숨구멍을 막는 거대한 기름띠, 플랑크톤, 크고 작은 바다생물이 사라지고 바다가 죽고 지구가 황폐해가는 파멸을 볼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만 본다면 이번 엑스포는 포르투갈 국내총생산(GDP)의 1%를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보다 전세계인에게 바다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소중한 자산이라는 범지구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킨 것은 앞으로 포르투갈이 해양분야에서 국제적 리더쉽을 되찾는데 큰 도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0년 한국엑스포 유치를 위해 이곳을 방문한 국회 농림수산위 김영진(金泳鎭) 위원장은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바다와 바스코 다가마라는 개척 영웅을 절묘히 결합시킨 주제의식이 엑스포 성공의 열쇠인 것 같다』며 『해상왕 장보고 장군의 역사적 자취를 바다와 한국을 결합시키는 매개로 활용한다면 엑스포유치가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1000여년만에 해상왕 장보고 장군의 원대한 꿈을 실현시켜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우리 앞에 가로놓여 있는 것이다. 【리스본=글·문주용 사진·김건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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