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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노란 리본 단 교황 "세월호 십자가 로마로 가져가겠다"

■ 성모승천대축일 미사<br>"물질주의·분열 부르는 무한경쟁 사조 극복해야"<br>사회 구조적 문제점 지적<br>"희망은 절망에 대한 해독제" 소외 이웃 돌보기도 독려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빕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천주교 신자와 일반시민 등 5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세 가지 키워드로 풀어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소 강론 스타일로 따져보면 교황은 물질주의·이기주의·무한경쟁을 맞서 싸워야 할 대상으로 지적한 것. 교황은 이것들이 인간 본연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요인이라고 봤으며 이에 대한 극복을 독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빈다"라며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빈다"고 말했다. 낮은 곳에 임하여 소외된 자들을 보살피고자 하는 '빈자의 성자'인 교황이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의 경제구조가 갖는 문제를 포괄적으로 지적하면서 이로 인해 소외와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돌아보기를 청한 것이다. 교황이 표현한 인간의 존엄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는 대규모 희생자를 만든 세월호 사건부터 군대 내 집단 가혹행위의 희생자 등 젊은이들의 '죽음'을 부른 참사들을 은유한 것으로 해석된다. 즉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라는 것은 이 같은 사건을 초래한 사회 구조적 문제점을 극복하라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덧붙여 교황은 "고귀한 전통을 물려받은 한국 천주교인으로서 여러분은 그 유산의 가치를 드높이고 이를 미래 세대에 물려주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다"며 한국의 가톨릭 정신을 존중하면서 "우리 가운데 있는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과 힘 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의 왼쪽 가슴에 세월호 추모를 뜻하는 '노란 리본' 배지를 단 교황은 강론 내용 중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은 대신 '절망의 해독제'로 '희망'을 제안했다. 그는 "복음이 제시하는 희망은 외적으로는 부유해도 내적으로 쓰라린 고통과 허무를 겪는 그런 사회 속에서 암처럼 자라나는 절망의 정신에 대한 해독제"라는 말을 통해 희망의 중요성을 되새기며 국민 모두를 격려했다.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는 미사 직후 이어진 삼종기도에서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교황은 미사 집전 직전에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을 만나 10여분가량 비공개로 면담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세월호 십자가'로 알려진 유가족 도보 순례단의 십자가를 전달받았다. 유가족 김학일씨는 "300명의 억울하게 죽은 영혼이 십자가와 함께 있으니 같이 미사를 집전해달라"고 청한 것으로 알려졌고 교황은 "십자가를 로마로 가져가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미사에서 교황은 이탈리아어로 강론했고 한국어로 순차 통역됐다. 교황이 입은 흰색 제의에는 하느님을 상징하는 비둘기, 성모 승천을 뜻하는 구름, 성모의 순결을 상징하는 백합 등이 수놓아졌다. 미사에는 아시아 주교단 30여명과 한국 주교단 20여명, 교황 수행원 20여명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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