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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멘스 포항 공장 가보니] 초음파 진단기 전공정 일일이 수작업

자동화 기계론 제작 불가능… 입사하려면 손재주는 필수<br>끝없는 훈련… 불량률 5%<br>"국내 생산물량 5년내 2배로… 정교한 작업 능력이 경쟁력"

25일 경북 포항의 한국지멘스 공장 직원들이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이 공장의 초음파 진단기기는 전공정이 수작업으로 생산된다. /사진제공=한국지멘스

지난 25일 찾은 경북 포항의 한국지멘스 공장. 3층의 '클린룸'에서는 방진복과 모자ㆍ마스크를 착용한 직원들이 작업에 한창이었다. 입구에서는 막 방진복을 걸친 직원이 에어워셔로 소독하는 소리가 '윙~'하고 들려왔다. 클린룸은 화장한채론 들어갈 수조차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청결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는 목이나 복부에 문질러 체내의 종양 등을 탐지하는 진단기, 목이나 대퇴부의 혈관으로 삽입해 심장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인체삽입형 진단기를 연 9만여 개씩 생산한다. 그 품질은 자동화된 공정이 아니라 직원 150여명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어느 것 하나 자동으로 되는 것 없이 전부가 수작업으로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는 게 한혜경 한국지멘스 초음파사업부 엔지니어의 설명이다.

100% 수작업이 필요한 이유는 자동화된 기계로도 버거울 만큼 복잡한 초음파 진단기의 특성 탓이다. 김근수 초음파사업부 상무는 "미국 본사에서도 자동화를 시도했지만 타이밍을 맞춰 압력ㆍ열을 가하는 등의 작업이 기계에 맡기기엔 너무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인체삽입형 진단기인 '아큐나브'는 가느다란 빨대 두께에 불과하지만, 여러 개의 전선과 튜브, 초음파 탐지를 위한 부품 등이 빼곡히 들어간다. 아직까지는 이 작업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건 현미경과 초정밀나이프, 숙련된 직원의 기술력뿐이다.

이 때문에 한국지멘스 포항 공장에 입사하려면 실기 시험에서 손재주를 증명해야 한다. 현미경과 초정밀 나이프를 이용해 가느다란 전선을 규격에 맞춰 자르는 시험이다. 손떨림은 치명적인 불합격 사유다. 한국지멘스의 서울 본사에서 함께 내려간 이승연 대리는 "시험삼아 도전해봤다가 떨어졌다"고 귀띔했다.

입사 후에도 트레이닝이 계속된다. 가장 쉬운 공정부터 시작해 입사 2년차쯤에는 초급 공정을 맡게 되는 식이다. 또 '서티(Certification) 제도'를 통해 주기적으로 공정별 작업이 가능한지 점검한다. 자격 요건에 미달한 직원은 아예 작업을 할 수 없다. 덕분에 포항 공장의 제품 불량률은 5% 정도밖에 안 된다. 포항 공장이 생겨나기 전인 10년 전 미국 공장의 불량률(50%)보다 월등하다. '한국인의 손재주'로 만들어진 이 제품들은 전량 본사로 배송돼 다시 전세계의 병원으로 판매된다.



의료용 기기인만큼 안전과 위생도 중요하다. 체내로 들어가는 아큐나브는 개당 3,500달러대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임무를 마치면 폐기되는 일회용이지만, 덕분에 메스를 대지 않고도 심장 수술을 가능하게 해 준다.

김근수 상무는 "한국지멘스는 포항 공장의 생산 뮬량을 5년 내 2배로 늘릴 계획"이라며 "인력도 지금보다 70~80% 가량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멘스 초음파사업부는 현재 지멘스가 전세계에 판매하는 초음파 장비의 60%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지멘스 측은 "뛰어난 인적 자원과 연구개발 인프라, 또 젓가락 덕분에 길러진 정교한 작업 능력이 한국 초음파사업부의 경쟁력"이라며 "덕분에 미국 본사를 설득해 2002년 한국에 초음파사업부를 신설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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