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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일그러진 방카슈랑스

당초 보험사에서 가입하는 것보다 보험료가 더 싸 고객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던 방카슈랑스 상품의 보험료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은행 창구를 통해 보험상품을 팔면 모집인에게 나가는 판매비용이 줄어 그만큼 보험료를 낮출 수 있고, 그 이익을 계약자에게 돌린다는 방카슈랑스 제도 도입의 기본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보험사가 은행에 너무 많은 수수료를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보험사가 기존 모집 조직의 와해를 우려해 방카슈랑스 전용 상품의 보험료를 낮추지 않고 있다는 점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은행과 보험사의 이해 관계가 맞물려 `고객의 이익`은 뒷전에 밀려나 있는 것이다. ◇보험료 차이 거의 없어= 삼성, 교보, 대한생명 등 주요 생보사가 설계사를 통해 팔고 있는 기존 연금보험과 이 회사들이 방카슈랑스 전용으로 개발한 연금보험의 연간 연금지급액을 비교한 결과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보험료를 내더라도 사업비를 줄이게 되면 방카슈랑스 상품의 연금액은 기존 보험사 상품보다 연금액이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35세 남자가 20년 동안 매월 20만원씩 보험료를 내고 60세부터 80세까지 연금을 받는다고 했을 때 삼성생명의 경우 전용 상품인 `우리사랑 삼성연금보험`의 계약자가 연간 받는 연금액과 기존 상품인 `삼성연금보험`의 연금액이 660만원으로 같았다. 대한생명의 전용상품 `대한사랑모아연금보험`과 기존 `대한연금보험`의 연금액이 각각 734만원, 733만원으로 연간 차이가 1만원에 불과했다. 대형생보사의 상품개발담당자는 “은행에 제공하는 판매수수료가 설계사 수수료보다 적어야 맞지만 지금은 설계사보다 많은 수수료를 주는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며 “초기에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보험사 입장에선 은행측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보험사 스스로도 방카슈랑스 상품의 보험료를 떨어뜨리지 않고 있는 측면도 있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의 보험료가 기존 상품보다 현저히 싸게 되면 설계사 조직의 급속한 와해가 문제되기 때문이다. ◇보험사, 은행ㆍ설계사 눈치보기 급급= 우리나라 보험시장은 방카슈랑스가 성공한 유럽과 달리 `보험설계사`라는 모집인 조직이 발달해 있어 은행 등의 점포망을 통해 보험을 팔지 않아도 보험상품 가입에 따른 불편은 전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방카슈랑스를 통한 계약자의 편익 증대`가 실현되기 위한 조건은 보험료 인하 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은 은행과 보험사가 과도한 사업비를 책정해 그 수익을 나눠 먹고 있는 셈이다. 외국계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은행은 방카슈랑스를 통해 돈을 버는데만 급급하고 보험사는 판매 대리점인 은행과 모집조직인 설계사들의 눈치를 동시에 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계약자의 이익은 뒷전인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창종 금감원 보험감독국장은 “보험사들이 많은 제휴선을 확보하기 위해 판매수수료를 은행측에 과다하게 제공하는 부작용이 방카슈랑스 초기에는 나타날 수 있다”며 “앞으로 이 제도가 정착되고 은행간 경쟁이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방카슈랑스 상품의 보험료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방카슈랑스상품 5~10% 싸져야 정상 은행 등에서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전용 보험상품의 보험료는 기존 보험사 상품보다 얼마나 저렴해야 정상일까. 보험사 관계자들은 저축성 보험의 경우 사업비가 적기 때문에 방카슈랑스 상품이라도 보험료 인하폭은 미미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연금보험의 경우 같은 저축성 상품이지만 고가의 상품이고 보험료도 비싼 편이기 때문에 방카슈랑스 전용 상품은 5% 안팎까지 보험료를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외국계 생보사의 상품개발 담당자는 “보험사들이 은행이나 자사 설계사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적당한 사업비를 책정해 상품을 개발한다면 연금보험료는 5% 이상 인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 4월부터 방카슈랑스 2단계로 은행에 판매할 수 있는 보장성상품의 경우 보험료 인하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보장성 보험은 보험료에 포함하는 사업비가 많기 때문에 경비를 줄일 수 있는 은행에서 판매하게 되면 그만큼 보험료가 싸지는 것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보장성 보험은 10% 가량 보험료를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태준기자 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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