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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짙어지는 세계경제] 2. 美 기업실적 악화

감량경영 고삐불구 침체골 갈수록 깊어져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미국의 경제둔화가 지표상으로는 진정 국면으로 돌아간 듯 보이지만 기업들은 아직도 최악의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들어 여섯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하고 소비자들의 구매욕이 여전히 왕성하지만 실물경제 현장에서 뛰는 기업경영진들은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인원을 대량 잘라내고 각종 경비를 줄이며 설비가동을 중단하고 있지만 경영여건이 갈수록 악화됨에 따라 감량 경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 기업수익 급속악화 기업수익을 평가하는 톰슨파이낸셜은 지난 4월 초 미국 500대 기업의 3ㆍ4분기 수익률이 전년 동기대비 2%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미국 기업 수익이 2ㆍ4분기에 최악의 상황을 맞겠지만 그후부터는 회복한다는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톰슨파이낸셜은 한달 후인 5월 초 그 전망을 -3%로 수정했고 지난달 말에는 -6%로 다시 수정전망을 냈다. 미국 주식시장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 신용평가기관이 매달 악화된 수정전망을 낸 것은 최근 몇달새 미국 기업들의 수익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순 2ㆍ4분기 경영손실이 192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선언한 통신장비업체 노텔 네트워크스의 경우 3개월간 적자가 웬만한 나라 1년간 생산액(GDP)에 맞먹는다. 노텔사는 1월에 전체 인력의 4.2%인 4,000명을 집단해고한다고 발표한 이래 그수가 2월에 1만명, 4월에 2만명으로 늘어났고 6월 말에는 해고자수가 지난해 말 고용인력의 32%에 이르는 3만명으로 늘었다. 수요가 감소하는 바람에 설비가동을 중단하고 그에 따른 유휴인력을 줄임으로써 수익을 보전하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인 것이다. 톰슨파이낸셜에 따르면 미국 500대 기업의 2ㆍ4분기 수익은 전년 동기대비 17% 하락한 것으로 예상된다. ◆ 집단해고 확대 취업알선 기관인 챌린저ㆍ그레이&크리스마스에 따르면 올들어 6월 말까지 경기침체로 정리해고한 인원은 모두 77만7,362명으로 이 기관이 통계를 작성한 지난 8년 동안의 연간통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해고가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모두 90만명이 직장을 떠나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 1만명 이상 정리해고한 회사는 제조업체의 경우 ▲ GE 7만5,000명 ▲ 허니웰 5만명 ▲ 다임러크라이슬러 2만6,000명 ▲ GM 1만5,000명 ▲ 델피 오토모티브 1만1,500명 등이다. 정보기술(IT) 업체로는 ▲ 노텔 네트워크스 3만명 ▲ 모토롤러 2만6,000명 ▲ 솔렉트론 2만850명 ▲ 월드컴 1만1.550명 ▲ 루슨트 테크놀로지 1만명 등이다. 6월 말 미국의 실업률은 4.5%로 아직도 비교적 건실한 수준이지만 올 연말에는 5%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 제한적인 금리인하 효과 FRB가 상반기에 단행한 금리인하의 효과가 단기적으로 기업부문에 미치는 직접적인 효과는 미미하다. 금리인하로 소비가 자극되고 그 결과 기업이 돌아가야 하는데 아직 그 효과가 나타나는 부문은 주택담보금융(모기지론)과 자동차할부금융이 적용되는 건설업계와 자동차산업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뉴욕 월가의 경제전문가들은 상반기 금리인하의 효과가 하반기에 나타나고 이달 말 지급될 세금 환불액이 소비를 자극할 것이므로 연말에 미국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소매체인업체ㆍ의류업체ㆍ백화점업체 등은 소비확대의 효과를 지금도 얻고 있고 하반기에도 그 덕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99년에서 2000년 상반기까지 거품처럼 부풀었던 미국의 정보통신 산업이 설비과잉ㆍ재고과잉에서 벗어나려면 한해를 더 보내야 한다는 게 기업 실무자들의 하소연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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