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136명 초미니高서 서울대 첫 합격

전교생이 136명 밖에 되지 않는 시골 고등학교에서 개교 16년만에 처음으로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북 효령고 3학년 김다례(18)군으로, 김 군은 2005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농어촌 특별전형에서 사회과학계열에 지원해 당당히 합격했다. 효령고는 서울에서 동대구역까지 3시간 넘게 기차를 타고 가서 또 다시 버스로 1시간30분 이상 산 속으로 들어가야 마을 어귀에 닿는 인구 3천여명의 경북 군위군효령면에 있다. 효령면에 단 하나뿐인 이 학교는 전교생 136명에 3학년은 56명(2학급)뿐인 초미니 고교다. 새로 올 사람도 나갈 사람도 없는 마을이라 초등학교 동창이 곧 고등학교 동창이다. 딸기농사를 짓는 아버지 영규(48)씨는 평소 김 군에게 "네 인생은 네가 개척하라"며 크게 간섭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게임을 무척 좋아했던 김 군은 PC용 온라인 게임 때문에 한때 전화요금이 40만원 가까이 나와 부모님께 혼난 적도 있다. 공부에 극성인 친구도 없다. 친구들과 작당해 선생님한테 놀자고 졸라 수업진행이 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고2 때 한 친구가 대학에 가겠다며 TV도 안보고 공부하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는 김 군은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잡았다. 점차 공부에 재미가 붙으면서 대학진학을 꿈꾸기 시작했다. 김 군은 "그 이후 학교에서 1∼2등을 다투었지만 `전국에 비하면 뒤떨어 진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특히 도시 학생은 `0교시'도 있고 밤늦게까지 공부한다는데 나는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다는 열등감이 오히려 자극제가 됐다"고 회상했다. 도시와 달리 학습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EBS 수능 방송강의가 김 군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 김 군의 담임인 배성호 교사는 "농사를 지으며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다례 부모님이 교육에 관심을 보였고, 다례도 열심히 노력했다"며 "논술시험 대비용 교재가 마땅찮아 주간지를 읽으며 공부했던 다례가 합격했다니 더욱 장하다"고 말했다. 어릴 적 `미스터리극장 에지'라는 만화책을 읽고 막연히 심리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김 군은 심리학과에 가고 싶어 사회과학계열을 선택했다. 김 군은 "큰 곳에서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독서량이 부족하고 상식도 많이 부족하다"면서도 "시골 출신이라는 데 연연해하지 않고 넓은 세상에서 다시 한번 도전을 시작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