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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기고] '불도저 방식'으론 안된다

제17대 대통령 이명박의 시대가 시작됐다. 때마침 취임식 날 고운 눈이 내려 세상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서설(瑞雪)이라고 얘기한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미리 알려주는 징조라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은 곧 우리 국민의 성공이요 도약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 성공에 거는 우리의 기대와 열망은 자못 크다. 그러나 과거를 돌이켜 보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 이런 기대는 채 5년을 채우기도 전에 실망과 분노로 변했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그리고 참여정부가 그랬다. 이명박 정부라고 과연 예외가 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이전 정부들보다 특별히 능력이 뛰어나다거나 전반적인 국정운영 상황이 더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면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기 위한 기본 전략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얘기가 가능하겠지만 딱 부러지는 정답을 찾기 어렵다. 급변하는 국제환경, 국내의 산적한 현안 등을 아우르는 전지전능한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해서는 안 될 또는 하면서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점은 비교적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치와 정책의 균형과 조화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본인이 정책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집착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정치를 소홀히 했다. 당정분리원칙의 고수, 정무수석실의 폐지 등은 물론이고 현안마다 이런 자세를 고수했다. 그러나 정치와 정책은 따로 도는 바퀴가 아니다. 정책은 정부가 수립하지만 결국 정치라는 용광로를 통해 보석으로 정제돼 나온다. 정치과정을 무시하고 수립된 정책은 아예 정책으로 성립되지 않거나 성립되더라도 쓸데없는 논쟁과 국론 분열을 일으킨다. 그 과정에서 정책 타이밍을 일실(逸失)하면 두고두고 골칫거리 정책으로 남는다. 그래서 정책의 수립은 국민의 공감대 형성은 물론이고 집권당과의 협의, 그리고 야당의 의견을 겸허히 구하는 정치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국정을 운영하는 것과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마인드와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적 인생을 일궈오면서 보여준 불도저식 일처리 방식이 현재와 같이 복잡다단한 환경 속에서도 성공을 일궈내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그것보다는 좀 더 유연하고 타협적인 자세가 훨씬 더 요구된다. 이것이 바로 대통령이 구사할 수 있는 실용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두 번째는 인재를 널리 쓰라는 것이다.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며 새 정부가 대망하는 선진화라는 것도 결국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인재가 모두 한나라당에 그것도 이명박 대통령과 이런 저런 인연이 있었던 그룹 내에 다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력과 애국심을 겸비한 사람, 열정과 소신을 가진 사람을 찾기 위해서는 자기 주변만 둘러봐서는 안 된다. 시중에서는 벌써부터 코드 인사 얘기가 나오고 우스갯소리로 이 정부에서는 고소영(고대ㆍ소망교회ㆍ영남) 아니면 발탁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더군다나 초대 내각을 구성할 장관인선에서 이미 세 사람이나 사퇴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인사에 구김살이 갔다. 이제라도 보다 넓은 시각에서 인재를 두루 중용할 수 있도록 인사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 정권의 출범 시점에서 한번쯤 국정운영철학을 다시금 검정(檢正)하고 국민을 포용하는 자세를 잊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이제 대통령은 한없이 낮은 자세로 기득권이나 지지자들만이 아닌 정적(政敵)들조차도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대통령으로서 국정에 임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디 이번 대통령 취임사에서 키워드로 나온 ‘화합’이 그냥 연식(緣飾)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아직까지 며칠 전 대통령 취임식의 열정과 벅찬 감동이 사라지지 않은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나아갈 방향과 대통령의 책임에 대해 늘 고민하는 지도자 이명박 대통령을 기대하며 이명박 정부가 대한민국 선진국 도약의 기반을 구축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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