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스트레스가 주요 발병원인… 복부지방 많은 중년남성 요주의
몸에 나쁜 중성지방 수치 올라가면 동맥경화·뇌졸중·심장병 등 유발
음주 횟수 주1회 밑으로 줄이고 기름에 튀기거나 볶은 음식보단
야채·과일· 등 푸른 생선 섭취를 조깅·줄넘기 등 30분 이상 해야
제약사 영업팀장을 맡고 있는 40대 최형식(가명)씨는 최근 극심한 피로감을 느껴 건강검진을 받은 결과 '이상지질혈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고지혈증'이라는 질환은 들어봤던 최씨가 '이상지질혈증'이 뭐냐고 묻자 의사는 "고지혈증의 개념이 이상지질혈증으로 좀 더 폭넓게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우리 몸 안의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것을 기준으로 고지혈증이라고 진단했는데 최근에는 몸에 해로운 중성지방(TG) 수치가 높은 것과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것도 모두 포함한 '이상지질혈증'으로 정의한다는 것이다.
최 씨의 경우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잦은 과음으로 인한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것이 이상지질혈증의 주요 원인이었다.
최근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서 2013년도에 시행한 국민건강영양조사자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검진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국내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 47.8%가 이상지질혈증을 가지고 있다. 성인 절반가량이 콜레스테롤 수치 이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학회가 이번에 새롭게 내놓은 이상지질혈증 진단기준에 따르면 몸에 좋지 않은 저밀도(LDL)콜레스테롤 수치가 160㎎/㎗ 이상으로 높거나 중성지방 수치가 200㎎/㎗ 이상인 경우, 몸에 이로운 고밀도(HDL)콜레스테롤 수치가 40㎎/㎗ 이하로 낮은 경우 등 세 가지 중 한가지라도 기준을 넘길 경우 치료가 필요한 이상지질혈증으로 정의됐다.
예전에 총 콜레스테롤 수치에 근거에 치료하던 치료개념이 원인에 따라 좀 더 세분화되고 있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 과음과 스트레스·수면부족 등으로 인한 중성지방 축적이, 여성의 경우 폐경 후 호르몬 변화와 운동 부족 등에 따른 LDL콜레스테롤 수치 이상이 건강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30~40대의 경우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고중성지방혈증을 갖고 있는 남성환자 비율은 24~28%로 같은 연령대의 여성의 고중성지방혈증 비율(6.2%~9.8%)보다 3~4배가량 높았다.
반면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문제가 되는 고LDL콜레스테롤혈증의 경우 50대 여성의 발생비율은 25%로 같은 연령대의 남성보다 발생비율(14%)보다 2배가량 높았다. 즉 중년 남성은 중성지방을, 중년 여성은 LDL콜레스테롤 수치 관리에 집중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면 이상지질혈증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지는 가장 큰 요인은 과음과 복부비만이다.
직장에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중년 남성의 경우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수면부족·운동부족 등이 겹치면서 음주횟수와 주량이 많아지고 이로 인해 복부비만 등이 발생해 중성지방 수치가 상승하게 된다. 중성지방 수치가 높을 경우 동맥경화·뇌졸중·심장병 등 혈관질환과 생활습관병의 발생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이은정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중년 남성의 경우 과음이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는 주요 원인"이라며 "운동을 많이 하는 것도 좋지만 우선 음주횟수와 음주량을 줄이는 것이 이상지질혈증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우길 비에비스 나무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과음은 중성지방 수치를 상승시키는 지름길로 알코올을 하루 30g(소주 3잔) 마시는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중성지방 수치가 5~10% 높다고 알려져 있다"며 "탄수화물 위주의 식생활 역시 한국인의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는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성지방은 뱃살에 많이 포함돼 있는 만큼 복부비만 예방에 힘써야 한다. 체중을 5~10% 줄이면 중성지방 수치는 20%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경기 이후 중년 여성들은 운동량을 늘려야 LDL콜레스테롤 수치 상승을 막을 수 있다.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한 약물치료와 함께 식이요법·운동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주횟수는 가급적 주 1회 정도로 줄이는 것이 좋다. 음주량을 술 종류에 관계없이 1~2잔 정도가 적당하다. 폭음을 했을 경우 간 기능 회복을 위해 최소 3~4일간은 술을 먹지 말아야 한다.
식이요법의 경우 흔히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음식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 몸속의 콜레스테롤은 약 75% 정도가 간에서 만들어지며 나머지만 음식 섭취 등을 통해서 공급받게 되므로 달걀노른자나 새우 등 고콜레스테롤 음식의 섭취를 줄인다고 해서 우리 몸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바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을 피함과 동시에 육류보다는 야채나 과일, 정제되지 않은 곡물, 불포화 지방산이 많은 올리브유, 등 푸른 생선 등을 먹는 게 좋다. 튀기거나 볶은 음식보다 찌거나 구운 음식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축적된 콜레스테롤 분해를 위해 적절한 운동은 필수다. 걷기나 조깅·줄넘기·수영 등 30분 이상 지속이 가능한 유산소운동이 좋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혈액 중 지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활성화돼 몸에 해로운 LDL콜레스테롤이 감소하고 이로운 HDL콜레스테롤이 증가한다. 운동의 강도는 나이에 따른 최대 심박수(220-나이)의 중간 정도가 좋은데 '보통'이라는 느낌으로 시작해 '약간 힘들다'는 느낌이 유지될 정도의 운동량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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