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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선 넘어 예측 무의미”/환율폭등 언제까지 계속될까
입력1997-12-12 00:00:00
수정
1997.12.12 00:00:00
손동영 기자
◎구미은행 자금회수 등 연말까지 상승 불가피/국가신용도 또 2단계 하락 차입상황 “최악”당장 일주일뒤의 환율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단 한명도 없다. 그보다는 『더이상 환율예측은 무의미하다』며 피해버리는게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모습이다.
외국계 증권사인 슈로더사는 환율이 곧 달러당 2천원을 돌파, 최고 3천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 외환딜러는 농담처럼 『5천원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환율이 일정수준을 넘어선 지금 상황에서 전망을 내놓는 것 자체가 무책임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연말까지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연말까지 상환해야할 외화부채가 2백억달러에 육박하는데 비해 국제통화기금(IMF)자금 유입은 90억달러에 그칠 예정이다. 달러부족현상은 추가 긴급수혈이 이뤄지지 않는한 지속될 수밖에 없다.
12월말 결산인 구미계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이달중 자금회수에 나설 예정이다. 과거 이 공백을 메워주던 3월결산의 일본계은행은 제몸 추스르기도 벅차 도움을 줄 형편이 아니다.
한동안 주춤하던 외국금융기관들의 단기차입금 회수도 강화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IMF 자금지원은 해당국가에 대한 지급보증을 의미하는데도 1차지원분 55억달러가 유입된 이후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되면서 대외신인도 회복이 지체된 결과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또다시 2∼3단계 떨어졌다. 민간 금융회사나 기업은 이제 외국에서 돈빌리기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렸다.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확대가 앞당겨졌어도 금융시스템이 마비된 현 상황에서 외국인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IMF로부터 추가로 자금을 지원받지 않으면 외환시장불안은 해소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외화차입이 조만간 재개되지 않을 경우 국가파산을 의미하는 모라토리움, 즉 대외지불정지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시기를 물으면 다들 「곧」이라고 대답한다.
한편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당장 상하10%인 환율변동제한폭을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환율변동폭이 상하 2.25%에서 상하 10%로 확대됐지만 지난 8일이후 연4일째 변동상한선까지 치솟으며 외환시장 기능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완전 자유변동환율제로 나아가지 않으면 환율은 환율대로 오르고 시장기능은 여전히 마비상태를 벗어나지 못할게 분명하다. 한국은행이 달러가 필요한 기업에 실수요증빙서류를 받은 뒤 직접 달러를 지원하고 있지만 무한정 이런 상황이 지속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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