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특별기고] 제일은행은 여전히 `우리 은행'이다

작년 연말, 제일은행의 대주주인 정부는 보유하고 있는 제일은행 주식중 51%의 지분을 미국의 뉴브리지캐피털에 넘기는 MOU(양해각서)를 체결하여 외자를 유치한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신문 등 언론매체에서는 제일은행이 외국계은행으로 되는 양 호칭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서 제일은행을 외국계은행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호칭이다.먼저 법률적으로 따져보자. 우리나라 은행법(제9장 제58조)을 보면 외국 금융기관이라 함은 「외국법령에 의하여 설립되어 외국에서 은행업을 영위하는 자」를 말한다. 이 기준을 근거로 볼 때 외국계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외국법령에 의해서 설립되고 본점이 외국에 있는 등 영업활동의 주된 장소가 외국일 것 등이다. 그러나 제일은행은 국내은행법에 의해 설립된 은행이고 본점도 국내에 있으며 주된 영업활동도 국내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제일은행은 외국계은행이 아니고 국내은행이며 우리나라 은행임에 틀림없다. 외국계은행인 씨티은행과 비교해보자. 씨티은행은 외국법령에 의해 설립되고 본점도 외국에 있으며 주된 영업활동도 외국에서 이루어진다. 국내에는 영업점을 설치하여 제한적으로 영업을 할 뿐이다. 다음에는 경제적으로 따져보자. 우리가 지금 입고 있는 모두가 국산품이 아니다. 원단에서 실까지 모든 게 수입품이다. 그렇다고 이 옷을 외제라고 하지 않는다. 제품(서비스)의 가치를 한국내에서 상승시켜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그 제품(서비스)은 국산이다. 국가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보더라도 기업주 또는 대주주가 누구이건 국내에 있어 한국경제에 파급효과를 내고 고용창출에 기여한다면 우리기업(우리은행), 우리제품(우리서비스)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개방경제시대에는 GNP(국민총생산)보다는 GDP(국내총생산)가 중요하다. GDP는 한 나라의 국경내에서 생산되는 총생산을 말하므로 국내에서 생산된 것이라면 내국인에 의한 것과 외국인에 의한 것 모두가 포함된다. 그러면 왜 GNP보다 GDP가 더 중요한가. 국내 대기업이 외국에 공장을 건설하여 운영하면 한국경제보다는 외국경제에 더 보탬이 된다. 월급도 외국인에게 주며 세금도 외국정부에 바친다. 이 공장이 이익을 내서 우리나라에 과실을 송금해야만 비로소 한국경제에 도움이 된다. 거꾸로 생각해 보자. 외국기관이 한국내에 공장을 짓는다거나 국내은행에 투자하면 그 이득은 대부분 한국경제로 흘러 들어온다. 월급도 한국인이 받고세금도 한국정부가 거둔다. 즉 대주주의 얼굴모양은 차이가 있을 지 몰라도 그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나 그 제품(서비스)을 사용하는 국민에게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사실 지금도 우리나라 은행이나 생명보험사, 일반기업 중 외국인 지분이 50%가 넘는 데도 있다. 이렇게 자본을 투자한 외국인은 임금·세금 등의 형태로 대부분의 부가가치를 한국에 남기고 그래도 이익이 나면 자본투자의 대가로 부가가치의 일부 만을 배당 등의 형식으로 지분율만큼 분배받는다. 따라서 제일은행은 법률적이건 경제적이건 어디로 보나 외국계은행이 아니라는 사실은 자명해진다. 그렇다면 제일은행을 어떻게 부르는 것이 합당한 것일까. 한국정부의 자본과 미국자본이 49:51로 결합한 은행이 될 것이므로 한미합작은행, 외국합작은행, 또는 그냥 합작은행 이라고 언급하는 것이 가장 알맞는 표현일 것 같다., 우리가 겪고 있는 IMF체제는 한마디로 외화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다. 외자를 유치하여 외화가 들어오면 이 문제는 해결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투자를 원하는 많은 잠재투자자들은 한국의 질높은 노동시장에 매력을 느끼고 있으나 우리 국민의 지나친 배타적 국수주의 때문에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 제일은행이 그 시험대에 올라 있는 셈이다. 만약 정부와 외국기관이 투자한 제일은행이 우리국민의 사랑을 다시 받는다면 한국에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많은 잠재투자자들을 국내로 유인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언론은 호칭 하나하나에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호칭으로 인해 배타적 국민정서를 부추기기 보다는 오히려 순화시켜 나가도록 앞장서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글로벌 경쟁시대에 걸맞지 않는 국수주의적 사고방식은 우리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점을 인식하도록 말이다. 오죽하면 대통령까지 모신문과의 회견에서 『민족을 단위로 한 경쟁에서 이제는 세계를 단위로 한 경제로 전환되어야 하고 외국투자가를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애국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했겠는가. 결론적으로 제일은행이 미국에 일부주식을 매각한다고 제일은행이 미국으로 옮겨가는 것은 아니다. 제일은행은 국내에 그대로 있고 우리는 필요한 외화를 얻어 한 은행이 살고 나아가 한국경제가 살아날 뿐이다. 즉 미국에 있는 「도요타USA」는 일본이 투자한 미국기업이고「IBM JAPAN」은 미국이 투자한 일본기업인 것처럼 「제일은행」은 한국과 미국이 투자한 한국기업이자 국내은행인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