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떨어진 집값 때문에 급기야…
넘쳐나는 하우스 노마드교육·출퇴근 목적 이어집 안팔려 전월세 전전비자발적 수요 크게 늘어150만 가구 육박 예상
성행경기자 saint@sed.co.kr
대기업에 다니는 송모(38) 과장은 6년 전 서울 강서구 한 재개발지역 인근에 방 3개짜리 빌라를 샀다. 그리고 자신은 여의도 인근의 작은 아파트에 전셋집을 구해 살고 있다. 전세를 살면서 개발지역의 빌라 가격이 오르면 이를 팔고 좀 더 나은 아파트를 사야겠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이후 주택경기가 침체되면서 송씨의 계획은 어그러지고 말았다. 개발사업은 지지부진해지면서 6년간 거의 진척이 없었다. 반면 송씨가 사는 집의 전셋값은 그 사이 6,000만원 이상 뛰었다.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재계약 때마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뒤늦게 빌라를 팔려고도 했지만 집값은 떨어지고 사는 사람도 없었다.
송씨는 "내년 전세 재계약이 문제"라며 "또 올려달라고 할 것이 뻔해 이번에는 다른 곳에서 전셋집을 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주택거래량이 크게 줄면서 집이 있으면서도 다른 주택에 전세나 월세로 거주하는 이른바 '하우스 노마드(House Nomad)'가 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과거에는 자녀교육이나 직장 출퇴근, 주거환경 등의 이유로 자신의 집을 두고 남의 집살이를 하는 자발적 하우스 노마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동산 호황기에 재개발지역 아파트에 투자한 후 자신은 전월세 등을 살다가 경기침체로 집이 팔리지 않아 별 수 없이 전월세를 전전하는 비자발적 하우스 노마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자가보유 전월세 거주가구의 주거실태' 연구 결과 자가보유 전월세 거주가구는 2005년 66만7,692가구에서 2010년 114만235가구로 47만가구가량 늘었다. 주택ㆍ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같은 하우스 노마드가 최근 1~2년 사이 급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발적 하우스 노마드의 증가 추세도 꾸준하기 때문에 비자발적 하우스 노마드를 추가할 경우 이미 150만가구에 육박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2010년 이후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집값이 많이 내렸지만 거래부진으로 자기 집이 팔리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전월세로 사는 경우가 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 소장은 "근래 들어 투자한 집이 팔리지 않아 전세살이를 계속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밖에 자산증식을 위한 자가 소유보다는 거주 목적의 임대를 선호하는 젊은층이나 쾌적한 주거환경을 겨냥해 교외 전원주택을 임차해 사는 노년층도 넓은 의미에서 하우스 노마드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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