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값진 우승이었다. ‘메이저대회 우승만 빼고 보여줄 건 다 보여줬다’는 평가를 내릴 만했다. 이는 메이저 우승이 지척까지 다가왔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탱크’ 최경주(38ㆍ나이키골프)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1위 자리를 지킨 끝에 시즌 첫 우승의 쾌거를 이뤄냈다. 최경주는 14일(한국시간)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CC(파70ㆍ7,068야드)에서 열린 미국 PGA투어 소니오픈 최종라운드에서 1오버파 71타를 보태 4라운드 합계 14언더파 266타로 정상에 올랐다. 투어 통산 7승째. 시즌 두번째 대회에서 일찌감치 신고한 첫 승은 여러 모로 의미가 컸다. 우선 최경주는 더욱 강해진 면모를 과시하며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대항마로서도 손색이 없음을 입증했다. 특히 2002년 처음 우승(2승)컵을 만졌던 그는 2005년부터 4시즌 연속 1년 1승 이상을 수확했다. 이는 샷과 심리 등 모든 측면에서 당대 최고 수준임을 보여주는 지표로, 현역선수 중 4시즌 이상 연속해 우승을 거둔 선수는 우즈(10년)와 필 미켈슨(5년ㆍ미국), 비제이 싱(4년ㆍ피지) 등 4명뿐이다. 실질적인 ‘빅4’에 합류한 셈이다. 기량과 경기운영에서도 최정상급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나흘 내내 선두를 질주한 최경주는 경쟁자들이 “따라잡기 힘들다”고 토로했을 정도의 샷 일관성을 보여줬고 이날 1, 2번홀(이상 파4)에서는 4~5m 파 퍼트를 성공시켜 보기 위기를 넘겼다. 바람이 심해진 가운데 전날까지의 불 같은 기세는 주춤했지만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과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으로 ‘와이어 투 와이어(Wire-to-Wire)’ 우승을 완성했다. 나흘 내내 선두를 내주지 않는 우승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지난해 PGA투어에서 단 한차례(르노타호오픈ㆍ스티브 플레시) 나왔던 흔치 않은 기록이다. 최경주로서는 2002년 탬파베이클래식에 이어 두번째. 그는 또 통산 최종일 선두로 나선 4번의 대회에서 모두 우승해 ‘역전불허’의 명성도 쌓아가고 있다. 지상 목표인 메이저대회 우승의 발판도 놓았다. 이미 작년 ‘A급 대회’에서 2승을 거뒀던 그는 올 시즌 벽두부터 우승컵을 거머쥐며 향후 일정 짜기에 한결 여유가 생기게 됐다. 성적에 쫓기지 않으면서 메이저대회 준비에 더욱 내실을 기할 수 있다. 4월 마스터스는 물론 4개 메이저대회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는 만큼 우승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한편 이날 최경주는 17번홀까지 보기만 2개를 기록해 2타를 줄인 로리 사바티니(남아공)에 2타 차까지 쫓기기도 했으나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리고도 세번째 샷을 핀 1.2m 옆에 바짝 붙여 버디를 뽑아내며 3타 차 우승을 확정지었다. 나상욱(24ㆍ코브라골프)은 마지막홀에서 이글을 뽑아낸 데 힘입어 공동 4위(8언더파)를 차지, 15개 대회만에 상위 입상에 성공했고 투어 정식 멤버로 데뷔전을 치른 양용은(36ㆍ테일러메이드)은 공동 20위(4언더파)에 올랐다. ‘톱20’에 한국선수 3명이 자리해 올 시즌 6명으로 늘어난 코리안군단의 활약이 예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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