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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학의 자율과 구조개혁

안경환 <대학자율화 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서울법대 교수>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개명, 승격된 지도 제법 된다. 장관도 부총리로 격상했고 부서 내부의 업무분장도 ‘인적자원’이라는 용어를 품기 위해 조정했다. 교육은 사회에 제공할 인적자원을 배양하는 과제임을 새삼 천명하기 위한 조치였다. 인적자원의 주된 생산지는 대학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향후 몇년간 추진할 대학교육정책의 요지를 발표했다. 대학의 건의를 기초로 해 전문가와 유관부서의 경험과 지혜를 종합해 수렴한 계획의 내용은 ‘자율화 추진’과 ‘구조개혁’이라는 두 문구로 요약된다. 자율과 인위적인 구조개혁, 언뜻 보면 진부한 저잣거리 말로 ‘비 오는 달밤’처럼 이율배반으로 들릴 수 있다. 그만큼 계획의 수립 과정에 애로가 컸고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위해 고심했을 것이다. 발표문에 담긴 대로 ‘구조개혁과 연계해’ 대학의 자율적 혁신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학은 원래 자율성을 생명으로 삼는 기관이다. 특히 군사정권 아래 자율이 근본적으로 유린당한 아픈 역사를 가진 우리이기에 더욱더 ‘관(官)으로부터 자유’에 목말라 있다. 정치적 문제가 아니더라도 세부사항에 걸쳐 통제의 벽에 부딪치다 보니 차라리 교육부가 없어지면 교육이 더 잘 될 것이라는 원성이 일기도 했다. 학칙ㆍ정관ㆍ예산관리ㆍ인사 등 전반에 걸쳐 경직된 규정을 강요했고 법령상 근거 없는 ‘행정지도’를 장기로 삼았다. 걸핏하면 무슨 자료를 제출하라는 ‘문서의 폭력’도 엄청났다. 이번에 발표된 대학 자율화 계획은 과거의 통념과 관행을 벗어난 인식과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는 면모가 짙다. 정부의 기본적 업무를 정책 중심으로 전환하고 집행적 성격의 업무는 과감하게 대학에 위임하겠다는 계획이다. 때가 늦었지만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우리 헌정의 양대 원리에 비춰볼 때 지극히 예외적인 근본정책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기여입학제ㆍ본고사, 그리고 고교등급제를 금지하는 소위 ‘삼불정책’은 참여정부의 기본 철학이기에 앞서 전국민의 관심과 이해가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문제는 불가(不可)로 묶어둘 일이 아니라 광범한 토론을 거쳐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일이다. 누구나 입을 모으듯이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큰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지난 90년에 33%를 기록한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이 지난해에는 80%를 넘겨 세계제일의 대학생 왕국이 됐다. 그러나 모든 지표가 상징하듯이 우리 대학교육의 질은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급격한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10년 후면 3분의1 이상의 정원 미달 사태가 예상된다. 이러한 시대변화를 감안하면 대학의 정원을 감축하고 통폐합을 통해 대학의 질적 수준의 제고를 도모하겠다는 정책은 온당하고 불가피하다. 대학ㆍ학부ㆍ학과 사이의 통폐합을 권장해 자발적인 구조개혁에 나서는 대학에 대해 재정지원을 강화하는 게 세부 계획이다. 대학의 자율성은 대학인 스스로 반성과 통제할 능력이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대학의 자발적인 동참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시점이다. 구조개혁의 부분에서 가장 빛나는 조치는 정보공개제도를 강하게 실시하겠다는 의지다. 통계가 주는 엄정함 속에 진실이 있다.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려면 무엇보다 정보가 진실해야만 한다. 대학의 위기는 나라 장래의 위기다. 대학의 질을 높여 양질의 인적자원을 생산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응분의 경의를 표하면서도 종합적으로 평가해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정책이고 계획이다. 전체의 80%가 넘은 사립대학에 대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는 아직 투명하지 않다. 게다가 구조개혁 지원비로 요청한 재원이 국회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재정이 어려울수록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기근일수록 씨 나락을 갈무리하는 지혜야말로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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