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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맥스소프트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토종 PC 운영체제(OS) '티맥스 윈도'를 선보임에 따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 구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컴퓨터 가동을 위한 핵심 소프트웨어(SW)인 OS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호환성과 판로 확보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MS 윈도 대항마가 떴다= 순수 국산 OS의 등장은 일단 MS가 사실상 석권하고 있는 PC OS시장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 MS는 세계 PC 시장의 87% 이상을 장악하고 있고 국내 점유율도 98.8%에 달한다. 특히 국내시장에서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거의 모든 PC가 MS 윈도만을 사용하는 실정이다. 티맥스 윈도의 등장은 이런 시장에서 경쟁구도가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박대연 티맥스소프트 회장은 "지금까지 OS는 수요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공급자인 MS가 부르는 게 값이었다"며 "티맥스소프트와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 MS도 가격을 낮출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티맥스소프트는 토종 OS라는 장점을 무기로 국내 공공시장부터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국내 OS 시장의 20~30%가 공공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공공시장을 먼저 공략한 뒤 개인 PC 시장을 뚫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티맥스는 MS가 10월에 선보일 차기 운용체제인 '윈도7'의 절반이나 3분의 2 가격에 티맥스 윈도를 공급할 방침이다. 이런 경쟁체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PC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바라고 있다. 경쟁구도로 인해 OS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PC방 사업자들은 티맥스 윈도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환성 해결ㆍ판로 확보 등이 관건=국산 OS가 개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3년 정부 주도로 국내의 PC 제조사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한국컴퓨터연구조합이 'K-DOS'를 내놓았지만 MS-DOS와의 호환성 문제로 실패한 바 있다. 이후 16년 만에 나온 티맥스 윈도도 똑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PC에 사용되는 오피스, 미디어재생기 등 또 다른 소프트웨어는 MS 윈도를 통해 잘 작동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티맥스 윈도의 경우도 MS 윈도 등과 호환성이 없으면 원활한 PC작동이 이뤄지지 않게 된다. 이에 대해 티맥스측은 "티맥스 윈도를 이용할 경우 MS에서 사용하던 모든 프로그램과 데이터 파일들을 그대로 쓸 수 있다"고 자신있게 밝혔다. 하지만 티맥스는 이날 시연과정에서 다소 매끄럽지 못한 장면을 보여주는 등 아직까지 완전히 검증됐다고 장담하기에는 이르다. 이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PC 제조업체와의 공급 계약 체결이 숙제로 남아있다. 소비자들이 이미 OS가 깔린 PC를 구입하는 시장 구조에서 PC 제조사들을 움직이지 않고서는 판로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 박 회장은 "아직 PC 메이커들과 MOU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여러 업체에서 자사 제품에 티맥스 윈도를 얹어 테스트해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제조사들은 MS와의 가격 협상을 위해서라도 티맥스 윈도를 일정 비율 이상 채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S 독주 체제 흔들리나=티맥스 윈도가 MS의 독주체제에 제동을 거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실제 세계 시장에서 MS 윈도 지난 해 11월을 기점으로 점유율이 80%대로 떨어졌다. 애플의 맥 OS가 점유율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데다 구글 등도 OS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 전선이 모바일로 옮겨가면 MS의 점유율은 더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또 EU를 비롯 세계 각국이 MS 독점을 차단하기 위한 행보를 펼치고 있는 데다 공공부문에서 자국 SW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MS가 오는 10월 출시할 '윈도 7'이 변수라는 것. 한 관계자는 "십 수년간 이어져온 MS 독점 구조가 쉽게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윈도 7은 가격도 약 17% 낮춰 나오는 만큼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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