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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대우하라
입력1999-06-06 00:00:00
수정
1999.06.06 00:00:00
이렇게 지위면에서는 전문경영자들의 위상이 선진화되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이들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다. 과연 그들이 맡고 있는 중책이나 책임만큼 급여를 받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우리 기업들의 자료를 근거로 결론을 내리자면 우리의 CEO들은 참으로 형편없는 보상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국내 CEO들의 평균급여는 대졸 초임의 4배가 채 안 된다고 한다. 최고경영자로서 받는 스트레스나 정신적 고통, 또 그 자리까지 도달하기 위해 들인 그 동안의 노력과 경쟁 및 시간에 비하면 너무나 낮은 수준이다.이번에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장관부인 옷 로비사건을 통해 다시 알게된 사실이지만 우리 장관들의 봉급도 격에 맞지 않는다. 언론에서는 봉급이 월 300만원도 안되는 장관부인이 어떻게 그렇게 비싼 옷을 사 입을 수 있느냐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일국의 장관봉급이 월 300만원도 안 된다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우리 국민들 중에 월 300만원의 봉급이 장관까지 올라간 사람이 받아야 할 적정수준의 급여라고 생각하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더러는 급여만이 보상의 전부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CEO가 누리는 여러 가지 비금전적 보상들이 꽤 많지 않느냐고 지적하려 할 것이다. 승용차라든지 판공비, 비서의 도움 또는 널찍한 사무실 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여러 연구결과들이 보여주듯이 비급여적 보상들은 CEO들로 하여금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동을 유발시킬 뿐 기업가치의 증대에는 도움이 되질 않는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말하기를 조직내에서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으려면 가장 봉급을 많이 받는 사람이 가장 적게 받는 사람의 5배를 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스 시대의 잣대에 맞추면 우리는 너무나 모범적인 급여체계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자유경제의 선두주자인 미국의 통계를 보면 가장 적은 봉급 대비 CEO의 봉급수준이 1965년에는 44배였던 것이 1996년에는 212배에 달하고 있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CEO가 뛰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유교문화를 가지고 있고, 꼭대기에 앉은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조직전체의 분위기가 결정되는 환경 속에서는 특히 그렇다. CEO가 총력을다해 일할 때 그 조직이 살아 움직일 수 있다. CEO를 신나게 뛰게 하려면 탁월한 성과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과 같이 잘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인 보상으로는 동기유발을 기대할 수 없다. 기업들마다 EVA(경제적 부가가치)를 계산하여 양의 EVA를 달성한 부분 중 일부는 CEO의 몫이 되게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반면에 부진한 성과에 대해서는 해고까지도 당할 수 있는 따끔한 문책이 뒤따르도록 짜여져야 한다. 성과가 좋았던 해의 보상 중 일부를 CEO개인기금으로 적립해 놓았다가 성과가 나쁜 해에는 이 기금을 까먹게 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만하다.
우리는 CEO에 대한 대우를 너무 낮게 책정하고 있다. 30여년의 경험과 최고의 자리에서 겪는 부담에 비해 걸맞지 않는 수준이다. 이런 보상으로는 우수한 인재를 CEO로 불러들이기도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수준은 못 되더라도 사기를 꺾는 수준은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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