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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경영평가도 안받고… 원전 핵심 공기업 관리·감독에 '구멍'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 정부 경영통제 사각지대<br>규모 크지 않지만 기술 독점… 부품선정 등 사실상 '갑' 역할<br>획일적 분류기준 손질하고 감사 기능 대폭 강화해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수력원자력 사무실이 있는 한국전력에 직원들이 출입하고 있다. 한국 원자력발전소 설계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전력기술 등은 정부의 경영평가조차 받지 않고 있어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서울경제DB


한국 원자력발전소 설계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전력기술 등 원전 핵심 공기업들이 매년 정부의 경영평가조차 받질 않고 있어 공공기관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들 원전 공기업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기술독점을 통해 국내 원전은 물론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다. 사실상의 '갑'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정부의 공공기관 분류 기준에 따라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리돼 있다 보니 경영평가 대상에서는 제외되고 자체 검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영평가를 받지 않으면 주무부처의 관리 감독이 철저히 이뤄져야 하는데 전문성이 없다 보니 실제 감독 수준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원전의 핵심 상당수가 기타 공공기관=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직원 수, 자산기준, 자체수입액 비중 등에 따라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으로 나뉜다.

올해 기준 총 295개 공공기관 가운데 한국전력기술ㆍ한전원자력연료ㆍ한전KPS 등 원전 관련 핵심 공기업들이 상당수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다.

문제는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될 경우 공운법에 따른 정부의 경영 통제를 거의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살생부'로 불리는 경영평가 대상에서 제외되고 정부와 기관장과의 경영계약도 이뤄지지 않는다.

원전업계 맏형인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원전 공기업 상당수가 이 같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다. 한국형 원전설계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전력기술, 국내 유일 핵연료 설계 및 제조회사 한국원자력연료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정부가 원전기술 개발을 위해 1970년대 이후 전략적으로 키워낸 공기업들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설계기술을 독점하고 있다 보니 원전 건설 과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부품 선정과 규격 문제에 깊숙이 개입한다. 대형 원전부품 비리는 이 같은 폐쇄적 원전 산업 구조에서 비롯됐는데 정작 이들 공기업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던 것이다.

◇허울뿐인 주무 부처 관리감독=공운법에 따라 경영평가를 받지 않는 기타 공공기관에 대한 관리 책임은 주무부처에 있지만 주무부처의 감사 전문성은 크게 떨어진다.



공공기관 경영공시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전력기술은 2008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주무부처(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총 5회의 감사를 받았다. 하지만 지적사항은 직원들의 법인카드 사용 문제, 보안관리 수준 미흡, 학자금 무상 지원, 배우자 또는 가족의 건강검진 부당 지원 문제 등 지엽적인 사항에 그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료에 대한 주무부처 감사도 2008년 이후 2회에 불과한데 교육훈련비ㆍ연장근무수당 문제 등이 거론된 게 전부다. 국회의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대주주인 한국전력이나 산업부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포화를 맞을 뿐 이들 원전 공기업에 대한 견제는 아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들 원전 공기업에는 또 비상임이사로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장, 미래창조과학부 원전기술과장, 한국전력 임원 등이 포함돼 있지만 이사회 자리만 채울 뿐 제대로 된 견제는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획일적인 공공기관 감독체계 손질해야 =기재부에 따르면 현재 총 295개 공공기관 가운데 178개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경영평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매년 공운위 의결을 통해 일부 기타공공기관 기관장에 대한 경영평가는 시행하고 있다"면서도 "기타 공공기관은 원칙적으로 경영에 자율성을 주고 관리감독을 주무부처에 맡기는 것이 공운법의 취지"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산기준 등에 따라 획일적으로 분리된 모든 기타 공공기관을 같은 잣대로 놓고 경영평가 대상에서 일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정부 예산 집행 역할 정도만 맡는 기타 공공기관들도 많지만 국가 대외비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원전 공기업들과 같은 공공기관들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매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주무부처의 감사 기능도 크게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무부처의 본 업무가 감사가 아니다 보니 산하 기타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 전문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부처 감사실의 한 관계자는 "정부 지분이 거의 없더라도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국민들의 부담이 있는 기관이라는 의미"라며 "주무부처의 감사 역할 재정립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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