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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무늬만 비상체제

[기자의 눈] 무늬만 비상체제 김영기 기자 지난 10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7층. 정세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집무실에 들렀다. 두 사람은 덕담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집권 여당의 경제정책을 대변하는 정 의원장은 “차이나 쇼크에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에 가까운데 금융시장은 꽤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5년간의 구조조정 성과”라며 이 부총리를 치켜세웠다. 이에 이 부총리는 “지난해 5월부터 외국인들이 상승기류를 타고 대거 들어왔는데 지금 이익을 실현한 후 빠져나가는 것은 당연하다”며 “조정국면이기는 하지만 결론적으로 잘된 일”이라고 화답했다. 정부와 당에서 국가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두 사람은 과거의 단맛에 젖어 낙관론만으로 말문을 열었지만 한시간 후 나온 것은 ‘성장이냐 개혁이냐’는 이념논쟁이었다. 회동 후 여당 대표들이 과천 청사를 빠져나가던 시간. 여의도 증권거래소의 시황판은 초단위로 가라앉고 주가는 30포인트 이상 미끄러졌다. 이날 밤 10시. 시장을 책임지는 재경부 금융정책국 당국자의 발언은 한술 더 떴다. 한마디로 호들갑 떨지 말라는 투였다. 투자자들이 심리적 패닉 상태로 빠져든 11일. 정부는 이날 새벽 부랴부랴 ‘비상경제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 모인 차관급 인사들은 경제를 비상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회의에서 나온 대책은 공허함만을 더욱 짙게 했다. 기관들에 과도한 매도를 자제해달라는 게 고작이었고 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은 낙관론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회의를 주재한 김광림 재경부 차관은 “현 상황이 아직 우려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절묘하게도 나흘 전 금융정책협의회에서 한 정부 당국자가 꺼낸 발언과 같았다. 중국과 미국발(發) 쇼크로 한국경제가 ‘더블딥(일시회복 후 재하강)’위기로 치닫고 있는 지금, 과천 정부청사에서 확인되고 있는 것은 천수답 경제과 ‘무늬만 비상체제’인 정부 당국자들의 모습뿐이다. 구태여 하나를 더 찾자면 개혁과 성장이라는 대의명분을 내건 부처간 알력을 들 수 있을까.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입력시간 : 2004-05-1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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