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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북구의 베네치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겨울 궁전'…문화적 호사로움이<BR>에르미타주 국립박물관- 다빈치등 유명작품 300만점 전시<BR>'신의 성당'… 민중의 고통 오롯이<BR>이삭 성당-40년 공사 동안 수만명 목숨 잃어

에르미타주 박물관 전경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전시된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이삭 성당 전경

그리스도 성화가 그려진 이삭 성당의 천장

제정 러시아 시대의 최고지도자라는 평가를 받는 표트르 대제는 당시 자료에 직선적이고 대담하며 활기 넘치는 성격으로 묘사돼 있다. 표트르 대제는 1682년 10세에 즉위했지만 17세가 돼서야 황제의 권위를 가질 수 있었다. 그동안 이복누이 소피아가 궁중혁명으로 실권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과학에 관심을 보였던 표트르 대제는 자주 유럽을 여행했고 새로운 문물에 매료됐다. 그는 유럽에서 많은 과학자들과 만난 뒤 조선ㆍ천체ㆍ군사 등의 지식을 품고 조국에 돌아왔다. 표르트 대제는 1703년 5월 모스크바 북쪽에 거대한 도시 건설을 시작한다. 아무도 네바 강 하구 늪지대에 도시를 세울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지만 당시 31세의 젊은 황제는 특유의 강단으로 도시 건설을 밀어붙였다. 그로부터 10년 만에 100여개의 섬이 365개의 다리로 이어진 ‘북쪽의 베네치아‘ 상트페테르부르크가 탄생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명칭은 ‘성 베드로(Peter)’에서 따왔지만 도시를 건설한 표트르 대제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 도시는 제정러시아 때 ‘페테르스부르크’였고 1914년 ‘페트로그라드’로 개칭됐다가 1924년 레닌이 죽자 그를 기념해 ‘레닌그라드’로 불렸다. 개방화 이후 1991년 옛 이름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되찾았다. ◇겨울궁전에서 즐기는 문화의 사치=상트페테르부르크는 백야를 볼 수 있는 여름철에 관광객들로부터 각광을 받지만 대륙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계절은 눈꽃이 날리는 겨울이다. 도시관광의 시작점은 네바 강에 접한 에르미타주 국립박물관이 좋다. 황제들이 살던 겨울궁전과 4개의 별도 건물로 연결돼 ‘겨울궁전’이라는 별칭이 붙은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프랑스 루브르, 영국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힌다. 표트르 대제의 손자이며 남편인 표트르3세를 쿠데타로 무너뜨리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 여걸 예카테리나 2세가 226점의 회화를 구입하면서 미술관으로 골격을 갖춰갔다. 서유럽 문화를 러시아에 접목시키려던 그는 광적으로 미술품을 수집했고 자신이 사들인 미술품을 혼자만 즐기기 위해 겨울궁전 옆에 별관 에르미타주(프랑스말로 ‘은자의 집’)를 세웠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루벤스, 렘브란트, 르누아르, 고흐, 고갱 등 유명작가들의 대표작 300만점이 전시돼 있으며 이들을 다 보려면 작품당 1분씩 투자해도 최소 5년이 걸린다고 한다. 특히 영국 ‘가디언’지가 ‘죽기 전에 봐야 할 그림 20선’으로 꼽은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의 ‘춤(1910)’이 볼 만한데 이 걸작은 시가 2,000억원을 넘는다. ◇민중의 고통 위에 세워진 신(神)의 전당=러시아 정교회가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꼭 방문해야 할 곳은 성당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성당인 이삭 성당은 웅장한 금박지붕이 인상적으로 꼭대기 전망대에 올라가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그러나 거대하고 아름다운 성당의 탄생에는 비화가 있다. 습지대가 많은 탓에 건물 기반을 다지기 위해 땅 아래 1만개가 넘는 말뚝을 박고 화강암을 깔았는데 이 때문에 1818년 시작된 공사가 40년이나 걸렸고 이 과정에서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화려한 황금색 문양의 제단과 12사도를 그린 성화, 높은 천장을 수놓은 그리스도 성화 등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예술을 보면서 가슴 한구석이 시려오는 이유다. 또 다른 성당인 카잔 성당은 코린트식 기둥 94개가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데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을 모방해 지어졌다. 카잔 성당 옆으로 난 운하를 따라 내려가면 모스크바 바실리 성당과 비슷한 모양의 ‘피의 사원’이 나온다. 1881년 급진주의 세력인 나로드니키(인민주의자)의 폭탄 테러를 당한 알렉산드르2세가 그 부근에서 피를 흘리며 죽었다고 해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정식 명칭은 ‘그리스도 부활성당’으로 저명한 화가들이 그린 모자이크화가 많다. ◇러시아 문화의 보고(寶庫)=모스크바가 러시아의 ‘심장’이라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의 ‘머리’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러시아 문화의 보고’라고 할 정도로 많은 유적과 역사적 토대를 갖추고 있다. 표트르 대제를 비롯해 대문호 푸슈킨, 도스토옙스키 등 이 도시를 무대로 삼았던 위대한 인물들의 활약 덕분이다. 지금도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드미트리 메르베데프 대통령 등 정재계 실권자들은 대부분 이곳 출신이다. 특히 ‘예술인의 묘지’로 불리는 알렉산드르넵스키 수도원 묘지에는 도스토옙스키ㆍ차이콥스키ㆍ글린카ㆍ무소륵스키ㆍ보로딘ㆍ림스키코르사코프 등 러시아 문호와 음악가들의 묘비가 있다. 모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공기를 마시며 작품활동을 했고 후세까지 위대한 예술가로 이름을 남긴 인물들로 이 도시 사람들의 자긍심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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