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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컨 컨퍼런스] "올 키워드는 '불확실성'… 자산시장 붕괴로 금융위기 올 수도"

신흥국 저성장 맞물려 두자릿수 투자 수익 힘들어<br>유럽 국채·부동산·회사채 등 지나치게 많이 올라<br>자산거품 붕괴 땐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우려

밀컨 글로벌 컨퍼런스 이틀째인 28일(현지시간) '혼란 속의 세계'라는 주제의 세션에서 샤우카트 아지즈(왼쪽부터) 전 파키스탄 총리, 비센테 폭스 전 멕시코 대통령, 사회자인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 데이비드 밀리밴드 국제구호위원회 의장, 매슈 스펜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가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밀컨연구소

27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열린 제18회 밀컨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월가의 큰손들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자산거품 붕괴에 따른 금융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막대한 유동성을 풀어놓자 유럽 국채, 부동산, 정크등급의 회사채 등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가리지 않고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특히 신흥국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을 시작하면 저성장과 맞물려 경제가 기로에 설 것이라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아부다비투자위원회의 마크 커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앞으로 5년간 신흥시장은 격동의 시기를 보낼 것"이라며 "신흥시장 투자가들도 한자릿수의 수익률만 기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분간 경기부양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며 "당장 위기가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모든 투자가들이 똑같은 자산에 한 방향으로만 투자하는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Grexit) 등과 같은 돌발 리스크가 발생하면 금융시장이 급격히 요동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뢰밭 널려 있는 세계 경제=올해 밀컨 컨퍼런스에서 최대 관심사는 바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었다. 당장 그렉시트에 따른 위기 전염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조슈아 해리스 공동창업자는 "그렉시트에 따른 유럽의 경제적 충격은 작겠지만 정치적으로는 대형 이슈"이라며 "유로존의 2차·3차 분열을 촉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현재진행형인 점도 유로존 미래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경제고문은 "우크라이나가 (종전이 아닌) 정전을 유지하는 한 유로존이 경제적 안정을 유지하기 힘들다"며 "러시아 경제 제재에 따른 충격도 아직 유로존 경제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동성에 도취된 시장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파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막상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주식·회사채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25% 늘어난 데 그친 반면 기업의 회사채 규모는 3배나 늘었다. 캐니언파트너스의 조슈아 프리드먼 공동CEO는 "연준이 통화긴축 속도를 늦출 것으로 전망되지만 실제 기준금리를 올리면 충격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최근의 유가 반등도 글로벌 경제에 호재만은 아니다.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대까지 상승할 경우 유로존이나 일본은 과거와는 정반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에 지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석유 업계의 거물인 분 피컨스는 28일 "국제유가가 올해 말 배럴당 70달러로, 12~18개월 뒤에는 90~100달러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 격화이나 이란 핵협상에 반대하는 이스라엘의 공습 가능성 등 지정학적 악재도 리스크 요인이다. 해리스 공동창업자는 "이란과 중국 문제는 그렉시트보다 세계 경제에 훨씬 더 큰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 회사채, 유럽 국채 등 전방위 경고음=이번 밀컨 컨퍼런스에서 경제·금융계 거물들은 자산거품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쏟아냈다. 이날 콜로니캐피털의 토머스 버락 회장은 "모든 아마추어 투자가들이 자신의 전문영역이 아닌데도 고수익을 좇아 위험자산에 자금을 넣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산운용 규모가 240억달러에 이르는 버락 회장은 "기관투자가들도 끝없이 수익률을 추구하면서 리스크를 무시하고 있다"며 "가령 투자가들이 뉴욕·런던의 아파트를 안전한 예금금고로 보고 돈을 집어넣는 등 부동산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거품"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의 일반 투자가들이 자동화된 투자자문이나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기계적으로 돈을 집어넣고 있는 것 역시 불안요인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들라흐 더블라인캐피털 CEO는 이날 "자동화된 투자로 모든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만 투자하면서 시스템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독일 국채가 고평가돼 있다며 매도에 베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군들라흐 CEO는 최근 "연준의 금리인상 때는 정크본드(투자 부적격 채권) 금리가 갑자기 몇 %포인트 상승해 예상치 못한 손실을 가져오면서 새로운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블루마운틴캐피털의 제임스 스탠리 파트너도 "미국 회사채 시장이 2008년 이래 2배로 급증하면서 폭발 직전인데도 유동성과 투명성은 오히려 감소 추세"라고 우려했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미 일부 자산을 팔았다는 고백도 나왔다. 엘에리언 고문은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비해 과도하게 자산이 오른 시장에서 일부 투자금을 뺐다"며 "일부는 현금화했고 일부는 덜 유동적인 자산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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