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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준비 안된 로드쇼

22일 하오 뉴욕 맨해튼에서 가장 비싸기로 유명한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월가의 투자자가 한국 기업인에게 물었다. 『컴퓨터 2000년도 인식문제를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예상치 못했던 질문이었다. 대표단은 설마 「Y2K」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올줄 몰랐던 것 같다. 예상 답안지를 만들어 외워 나갔지만, 정작 투자자들의 최신 관심분야에 소홀했던 것이다. 한 기업인이 임기응변으로 대답했다. 『2000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그 때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Y2K 문제에 아무런 준비를 하지않고 있는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는 무성의한 대답이었다. 금새 정답이 아닌 것을 알아차리고 옆에 있던 대표들이 나서서 한국기업도 Y2K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극구 방어했다. 뉴욕에서 전경련 주최로 한국 경제설명회가 열렸다. 5대 재벌과 금감위 등 정부 관계자가 참여한 민관 합동 로드쇼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 400여명의 투자자들이 강당을 빼곡히 메워 한국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날 로드쇼에선 대표단의 준비가 투자자들의 열기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정부 대표가 웅변에 가깝게 정부의 개혁 성과를 강조했지만, 어떤 투자자는 이미 다 발표된 것 아니냐며 일찍 자리를 떴다. 『기업의 과잉설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아예 동문서답이었다. 대답인즉 『설비가 모두 새 것이므로 주인을 바꾸어 새로운 경쟁력을 갖게 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전망이 좋아 시간을 기다린다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든가 하는 대답이 더 설득력 있지 않았을까. 지난해 정부가 해외에서 여러 차례 로드쇼를 가진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민관이 함께 로드쇼에 나온 것은 진일보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벌써부터 대표단들 입에서 「훈장 서훈」 운운하며 일회의 행사로 해외자본이 물밀듯 들어올 것으로 생각, 자화자찬한다면 큰 착각이다. 뉴욕 로드쇼에서 Y2K 문제를 우물쭈물 대답한지 몇시간후 서울에선 전산착오로 증권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오비이락이지만 어쩐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뉴욕= 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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