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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이하 부동산 많아 내집마련 기회도
물건 적고 직접 명도소송 해야… 선별적 접근을
#낚시를 좋아하는 남편과 노후에 한적한 바닷가에서 전원생활을 꿈꿨던 주부 A씨.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공매 물건을 평소 살펴보다 알맞은 토지를 발견했다. 그들이 꿈꿨던 노후생활에 딱 어울리지만 남들에겐 별 쓸모가 없었던 그 땅(2,100㎡)은 이미 여러 차례 유찰된 상태였다. 기회다 싶어 480만원에 이 땅을 매입했고, 노후를 생각해 주택 건립을 미루고 있었다. 그러던 중 2년이 지난 뒤 모 개발회사에서 인근 개발을 위해서 땅을 팔라는 연락이 왔고, 2,900만원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그 돈으로 남편과 더 나은 땅을 찾기로 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압류된 세금 체납자 재산이나 국유재산을 공개적으로 파는 공매는 일명 '깜깜이 투자'로 불렸다. 법원 경매와 달리 세입자 유무나 보증금 규모 등 물건 상태를 알려주지 않아서다. 때문에 섣불리 입찰에 나섰다가 우선 변제권을 가진 세입자가 있어 전세보증금까지 부담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공매제도가 법원 경매와 비슷한 수준으로 정비되면서 권리관계가 복잡한 주택의 물건 내역도 상세히 확인할 수 있게 돼 틈새 투자처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과열경쟁 탓에 레드오션으로 전락한 경매시장에 비해 일반인들에게 아직까지 공매는 생소해서 틈새 재테크로 생각하는 이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공매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세금 체납 등으로 압류한 물건을 법원 경매와 같이 입찰에 부쳐 일반에 매각하는 것이다. 국가기관이 부실기업ㆍ은행 정리과정에 취득한 유입자산이나 금융기관이 채무관계를 청산하지 못한 법인이나 개인에게 담보로 잡은 물건도 캠코가 수탁 받아 공매에 부치기도 한다.
공매의 가장 큰 장점을 캠코가 운영하는 온라인 입찰 사이트인 온비드(www.o nbid.co.kr)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온비드에서는 모든 공공기관의 자산처분 공고, 물건ㆍ입찰정보를 실시간 제공하고 있으며, 입찰ㆍ계약ㆍ등기 등의 공매 낙찰과 관련된 제반 절차도 온라인 상에서 모두 처리할 수 있다.
캠코 관계자는 "공매는 일반 매물뿐만 아니라 경매보다 저렴한 가격에 부동산 및 동산을 매입할 수 있는 제도"라며 "온라인으로 물건 확인 및 입찰이 가능하다 보니 발품 팔 시간이 없는 현대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재테크 수단이자 내집 마련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다 싼 가격에 내집 마련의 기회를 갖고 싶다면, 또 저금리 시대에 금융상품이 아닌 다른 투자처를 찾고 있다면, 공매에 관심을 가져 볼만 하다.
공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결혼 6년차 전업주부 L씨. 인터넷을 통해 재테크 방법을 알아보던 중 우연이 공매 온라인 입찰시스템인 '온비드'를 알게 됐다. 큰 돈이 아니어도 부동산 투자가 가능한 것을 확인한 후 남편과 상의 끝에 새 차를 구입하는 데 쓰려고 했던 3,000만원에 저축했던 금액을 보태 공매 투자에 뛰어들었다.
처음 낙찰 받은 물건은 미군부대 인근인 평택시 송탄동의 빌라 한 채. 방이 3개에 거실 겸용 부엌이 붙어있는 전용 85㎡의 이 빌라를 4,600여만원에 낙찰 받았다. 낙찰 받은 후 미군에게 월세를 놓기 시작하면서 첫해엔 월 95만원, 둘째 해엔 월 105만원의 임대료를 받으며 20%를 훌쩍 넘기는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지난해부터는 인근에 빌라 공급이 많아지면서 월세가 40여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초기 투자자금이 소액이라 지금도 10%에 가까운 연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L씨는 "공매는 법원경매처럼 해당 지역 법원에 출석하지 않고도 책상에 앉아 인터넷을 통해 낙찰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라며 "지방에 있는 분교 같은 물건을 낙찰 받아서 노후에 낙향할 꿈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셋값이 급등하고 집값은 떨어지면서 내집 마련의 꿈을 키우는 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이 워낙 좋지 않아 선뜻 주택 구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경매시장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추세다. 일부 발 빠른 이들은 경매시장뿐만 아니라 좀 더 싼 가격에 집을 살 수 있는 공매시장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들어 10월말 현재 전국 주거용 건물 낙찰가율은 공매 74.3%, 경매 77.3%를 기록했다. 권리분석만 잘하면 가장 싸게 내 집 마련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경매보다 공매의 낙찰가격이 더 싸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공매가 경매보다 마냥 다 싼 것은 아니다. 주거용 건물의 경우 지난해부터 공매의 낙찰가율이 경매를 앞질렀고, 연립ㆍ다세대ㆍ빌라의 경우 경매보다 공매의 경우가 더 비싼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공매와 경매를 비교해가며 투자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공매와 경매는 비슷하면서도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해가며 투자에 나서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매VS경매=공매는 경매에 비해 일반인에게 낯선 투자법이다. 때문에 공매와 경매를 헷갈리는 이들도 많다.
가장 큰 차이점은 매각주체와 방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경매는 채권자의 경매신청을 받아 민사집행법에 근거해 법원이 진행하지만, 공매는 세금을 체납한 경우 국세징수법에 의해 캠코가 강제적으로 매각한다. 이 같은 압류물건이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부실기업이나 부실은행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취득한 유입자산, 기업이나 금융기관으로부터 의뢰받은 수탁 자산, 공공기관 등이 임대 또는 매각하는 물건 등도 공매의 대상이다.
입찰방식도 다르다. 경매는 대부분이 특정한 매각일에 입찰법정에서 입찰을 실시하여 최고가 매수인을 정하는 기일입찰 방식이다. 반면 공매는 일정한 입찰 기일을 정하여 별도로 정한 개찰기일에 개찰을 실시한 후 최고가 매수인을 정하는 기간입찰 방식이다. 입찰 보증금도 경매는 최저입찰가액의 10%, 공매는 매수희망 금액의 10%를 내야 한다. 또 경매가 유찰 시 최저입찰가가 이전 최저입찰가의 20%로 감액이 되는 반면, 공매는 10%씩 낮아진다.
◇공매의 장점= 공매의 최대 장점은 법원에 가지 않고도 응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입찰시스템 온비드(www.onbid.co.kr)를 통해 입찰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또 경매에 비해 적은 금액으로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지난해 온비드 거래 부동산 물건 가격분포를 보면 3,000만원 이하 물건이 전체의 52%에 달했고, 500만원 이하 물건도 8,967건으로 14%나 된다. 쌈짓돈으로도 부동산 투자가 가능한 것이다.
압류물건과 국유재산 등이 주를 이루다 보니 법원경매와 달리 근저당이나 임대차 등의 권리관계가 그다지 복잡하지 않아 경매에 비해 낙찰자가 명도 등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 동안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물건 현황도 올해부터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국세징수법 개정에 따라 점유관계, 차입금, 보증금 등의 권리관계 확인이 법원경매와 비슷한 수준까지 가능해진 것이다.
◇단점도 많아, 선택적으로 접근해야=공매의 가장 큰 한계는 압류물건이나 국유재산 등이 주요 대상이라 물건 수가 구조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법원경매에 새로 나온 물건은 10만건에 이르지만 공매 물건은 1만6,000여건에 그쳤다.
세입자를 내보내는 등의 명도도 법원 경매가 아직은 더 유리하다. 법원 경매는 위장임차인이나 권리가 없는 임차인, 가짜 유치권자 등에 대해서 인도 명령을 통해 1~2개월 안에 내보낼 수 있지만, 공매는 인도명령 절차가 없어서 낙찰자가 명도소송을 직접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한 경매업계 관계자는 "인도명령은 재판의 일종이어서 캠코가 직접 할 수 없는 부분"며 "집 비우기에 드는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는 여전히 경매가 낫다"고 말했다.
주차장서 귀금속·흑염소까지… 공매는 만물상? 김상훈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