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오피스텔보다 현금흐름 좋다” 올들어 1조원 가까이 유입 은퇴를 앞둔 중견기업 임원 김 모(51) 씨는 최근 은퇴 후에도 매달 일정 소득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를 물색하던 중 한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채권혼합형 월지급식 펀드에 1억5,000만원을 가입했다. 당초 김 씨의 계획은 강남권 오피스텔에 투자해 임대수익으로 은퇴 생활자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시세를 조사해 보니 오피스텔의 연간 수익률이 4~5%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보다 나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펀드 쪽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김 씨는 “예치금의 0.6%를 월분배금으로 받도록 지정하면 시중금리를 훨씬 웃도는 연간 7% 이상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셈”이라며 “펀드의 특성상 원금손실 위험도 있지만 국내 혼합형펀드가 최근 10년간 연평균 10% 이상의 수익을 냈다는 점을 감안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55~64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40~60대 투자자들 사이에서 월지급식 투자상품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4일 기준 국내 월지급식펀드의 전체 설정액은 5,287억원으로 올 들어서만 3,385억원이 순유입됐다. 여기에 소매채권과 랩어카운트 등 다른 월지급식 상품에도 올들어 5,500억원 정도가 들어왔다. 5개월여만에 매달 수익금을 지급받는 금융투자 상품에 1조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된 셈이다. 증권사별로는 미래에셋증권에 두 달새 3,141억원이 몰린 것을 비롯해 삼성증권(2,130억원)과 대우증권(1,900억원) 등에도 최근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월지급식펀드 시장의 성장세를 주도한 상품은 지난해말 출시한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이다. 이 상품은 씨티은행과 하나은행 등 은행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6개월여만에 수탁고가 2,760억원대로 커졌다. 또 삼성자산운용이 지난 2월 중순 출시한 삼성스마트플랜실버 월지급식펀드 시리즈는 삼성생명 등 주요 판매처에서 하루 평균 10억원 이상 판매되면서 전체 설정액 1,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인구구조를 감안할 때 월 지급식 상품시장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용규 미래에셋증권 상품기획팀 팀장은 “초고령 사회인 일본 펀드시장에서는 월지급식 펀드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부동산 경기하락과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은퇴하는 베이비부머들 사이에서 월지급식 상품이 노후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지급식 상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는 증권사도 늘고 있다. 올 들어 대우증권, 푸르덴셜투자증권, 교보증권 등이 월지급식 서비스를 출시했고 지난달 10년 만기 브라질국채에 투자하는 ‘미래에셋 월지급식 글로벌 채권신탁’을 선보인 미래에셋증권은 10월부터 채권, 랩, 펀드 등 모든 상품에 월지급식 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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