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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한열 민주정신 기린다... 17년만에 새 기념비 제막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기념비 제막식에서 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여사가 헌화한 뒤 기념비를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1987년 6월 항쟁을 촉발한 故 이한열 열사의 정신을 기리는 새 기념비가 모교인 연세대에 세워졌다.

9일 이한열기념사업회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새로 제작된 기념비 제막식을 열고 기념비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기념비 앞면에는 ‘198769757922’이라는 숫자가 새겨졌다. 이 숫자는 이 열사가 전두환 군사정권 규탄 시위에 참여했다가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1987년 6월 9일, 병원에서 사망한 7월 5일, 국민장이 치러진 7월 9일, 당시 그의 나이 22세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기념비가 놓인 바닥면은 완만한 브이(V)자 형태로 구부러지게 설계됐는데 이 열사의 죽음으로 촉발된 6월 항쟁이 역사의 물줄기가 바뀌었음을 뜻한다는 게 사업회 측의 설명이다. 기념비는 충남 보령 산 5t짜리 검은색 오석(烏石)을 원석으로 삼아 높이 약 1.4m, 길이 약 3m로 제작됐다.



사업회는 새로 기념비를 세우게 된 배경으로 기존 추모비는 이 열사가 사망한 이듬해인 1988년 9월 14일 이 자리에 세워졌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훼손이 심해졌고 지난해 1월 연세대 백양로 공사 과정에서 이 열사를 기리는 ‘한열 동산’이 파괴되자 기념사업회 차원에서 새 추모비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제작은 석재 조각가 이경복 작가와 김동철 명장 등이 맡았으며 이 열사의 연세대 86학번 동문 등 각계에서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열사가 쓰러진 순간과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인 디지털 시계도 기념비와 함께 한열동산에 설치됐다.

이날 제막식에는 1987년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비롯해 같은 당 원혜영·임수경·김기식 의원, 이 열사 어머니 배은심씨,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박홍섭 마포구청장, 정갑영 연세대 총장,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세월호 참사 유족 등 35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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