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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공직의 안방
입력1999-07-19 00:00:00
수정
1999.07.19 00:00:00
군부시절 이런 비아냥이 ‘안주’가 된 적이 있다. 무슨 사(士)위에 무슨 사 (司)가 있고 무슨 사 꼭대기에 여사(女史)가 있다. 시대 자체가 꼬여 있었으니 돌던질 표적으로 삼았겠지만 권부의 안방이 설친다는 세평의 산물이었던 것 같다. 물론 십자포화를 맞는 쪽에도 문제가 있다. 장군 부인이 장군 노릇하고 장관 부인이 장관 행세를 하고 있다는 건 지어낸 얘기만은 아닐 터이다. 과장된 면이 많겠지만 은밀한 네트워크에서는 ‘안방’의 위력에 대한 뒷얘기들이 많았다. 로비를 하는 쪽에서 보면 비밀 유지가 가능하고 더없이 일의 성사를 보장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높은 지위와 작고 큰 권력을 가진 쪽의 ‘안방’에 줄을 대려 한다.형님, 아우 하면서 몰려다니고 고급 옷 주고 받기까지는 그래도 참아줄만 하다. 그러나 중대 국사에까지 지사 부인이 ‘큰손’이 되어 로비를 한 것은 나라가 기울 일이다. 공직인사에서도, 이권에서도, 불이익 면탈에서도 이런저런 ‘안방 로비’의 네트워크가 작동되어 왔을 터이니 말이다.
권련의 안방 세계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 공식적인 조직 사회야 감시기구도 있고 조직의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첩보가 흐르고 매스컴이 추적하지만 안방회로는 차단돼 있다. 안방은 사생활의 영역이며 네트워크는 배타적 회로이다. 통하는 곳끼리만 통하는 칸막이로 돼있다.
공직의 안방이라고 해서 밥짓고 집지키고 자녀 교육시키는 조용한 내조만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그것이 전통과 사회가 요구하는 공직자 부인의 덕목이라 하더라도 실제 환경이 요구하는 게 있다. 사회봉사도 해야하고 공적인 모임에도 참석해야 하며 사교도 해야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절제력을 보이기도 하겠지만 여기저기서 들리는 ‘사모님, 사모님’소리 속에 자연 행동 반경을 넓혀가게 된다. 넓혀 가는 것은 좋은데 행동규범의 선을 넘는다. 남편이 공적으로 가지고 있는 권력을 차입한다. 부도덕하다거나 불법이라는 생각없이.
한국의 공직사회가 연초 이래 여란(女亂)에 휘둘리고 있는 것은 무슨 전조일까. 혹시 감춰져 있던 안방 네트워크 쪽에서 대란이 예비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미리 던지는 메시지라면 난리를 막아 볼 수도 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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