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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날 상황에 처하게 되자 고민 끝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10일 남겨 놓고 반 협박(?)을 했는데 모든 내부 자료를 오픈하고 일종의 배수의 진을 친 셈이었죠. 그런데 한화L&C가 열흘 만에 부족한 자금에 대한 지급보증서를 끊어줬습니다." 자동차 내장재 전문업체 보원케미칼은 지난 2011년 110억원이던 매출액이 올해 220억원으로 2배나 늘었다.
25일 충북 충주 본사에서 만난 허찬회(42) 보원케미칼 대표는 "이미 받아 놓은 오더만으로도 내년에 50% 성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회사는 내장재 원단 인쇄코팅기술과 드라이 라미 기술이 강점이다.
드라이 라미 제품은 국내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그는 "자동차 내장재 시장에서 시트커버를 제외하면 4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며 "과거에 경쟁사와 자동차 문 앞뒤 짝을 나눴다면 이제는 모두 다 우리가 맡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허 대표는 불과 3~4년 전만 떠올리면 아찔한 생각이 든다. 그는 지난 2008년 무렵 교통이나 투자지원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최적의 산업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판단 아래 경기도 김포에 있던 공장을 충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2010년 악재가 겹치며 자금난이 숨통을 조여왔다. 허 대표는 "공장을 옮기면서 인원 수급도 제대로 되지 못했고 신규설비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숙련도가 부족해 불량이 늘었으며 금융권에서도 협의를 끝낸 대출금이 절반 밖에 나오지 않는 경영상의 변수들이 한꺼번에 찾아왔다"고 회상했다. 자동차 내장재 특성상 6개월에서 2년6개월을 준비해야 신차 생산에 맞출 수 있는데 신규 오더는 전혀 진행할 수 없었다. 그는 "당시 자살할까 싶어 사채업자가 회사에서 대기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도움을 주겠다며 손을 내민 한화L&C는 자금지원과 함께 17명의 기술자를 파견했다. 전문가들이 자금흐름에서 생산작업까지 관리해주자 생산성이 향상되고 라인도 안정화됐다. 허 대표는 "전력공급을 받지 못해 4개월은 자체 발전기로 돌리고 1개월은 충주댐에서 250톤의 물을 길어 썼다"고 설명했다.
위기를 맞은 후 1년6개월 가량 지나자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한화L&C가 해준 지급 보증금액도 전부 상환했다. 한화L&C와의 협력관계가 더욱 돈독해진 것은 물론이다. 최근 17억원을 들여 전자선 가교 설비를 확충하는 과정에서 한화L&C 직원 12명이 보원케미칼로 파견을 와 개발·생산·품질 업무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허 대표는 "자동차 내장재는 히스토리가 없으면 할 수 없는 분야"라며 "공장 증설과 신규 설비 도입을 통해 수주확대와 매출신장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와 한화L&C의 관계는 웬만한 자회사보다 나을 것"이라고 미소를 지으면서 "한화L&C가 보여준 파트너십이야말로 김승연 회장의 '함께 멀리' 정신을 몸소 실천한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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